잦은 성장통…내홍 속 삐걱대는 K팝 향방은

잦은 성장통…내홍 속 삐걱대는 K팝 향방은

기사승인 2024-05-03 06:00:12
하이브 사옥. 쿠키뉴스 DB

# 지난해 2월 가요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임직원이 두 갈래로 나뉘는 진통을 겪었다. 카카오를 위시한 경영진이 하이브와 손잡은 이수만 전 대표 프로듀서와 지분을 두고 경영권 다툼을 벌여서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립으로도 번진 이 사건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34.97%를 확보하며 마무리됐다.

# 같은 해 3월 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빌보드 핫 100에 이름 올리며 ‘중소돌(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기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석 달 뒤인 6월 소속사 어트랙트가 피프티 피프티의 음반 작업을 담당한 음악 프로듀서 안성일을 고소했다. 안 프로듀서가 소속사와 협의 없이 피프티 피프티와 향후 거취를 논해서다. 내홍을 거치며 피프티 피프티는 가장 주목받던 시기에 아무 활동도 하지 못했다.

K팝 시장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다툼과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에 이어 올해에는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 사이에 내분이 벌어졌다. 당초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배임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민 대표가 기자회견으로 여론을 반전시킨 이후부터는 이번 분쟁의 핵심이 돈과 경영권 찬탈 시도에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태를 두고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성장하며 ‘돈 되는’ 산업으로 떠오른 K팝 업계에서 일어난 분쟁 사례”라고 보도했다. 

기자회견 중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일각에서는 산업 규모가 급속 팽창한 여파로 이 같은 갈등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K팝이 세계를 무대로 급성장을 이뤄내며 과도기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중론이다. 내부 대립이 외부로 번지거나(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외부 세력이 가수와 결탁해 소속사와 분쟁을 야기하는(피프티 피프티 사태)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이번 하이브 사태를 두고는 단기간에 몸집을 불리게 한 멀티 레이블 체제에 오히려 발목이 잡힌 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동연 문화연대 공동대표 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지난 2일 문화연대가 주최한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사태 토론회’에서 “레이블이 하이브라는 경영지배구조 안에서 수직 계열화되며 각 사가 협업보다 배타적 경쟁에 더 익숙해진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같은 자리에서 김도헌 대중문화평론가는 “모(母)회사가 창작성을 얼마나 가져가는지가 중점인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어도어가 여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는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가요계에서는 이 같은 내홍이 이어질수록 K팝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K팝이 독자적인 세계관을 내세우거나 연습량이 느껴지는 강렬한 퍼포먼스, 스스로를 사랑하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인기를 얻은 만큼 계속되는 분쟁이 기존 K팝 이미지를 해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해외 팬덤이 K팝 속 진취적인 이미지를 소비한다고 본 데 따른 전망이다. 대중에 피로도를 전가하는 것 역시 문제다. 이번 하이브와 민 대표와의 갈등은 상호비방전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벌어진 피프티 피프티 또한 여론전으로 이어졌다.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K팝을 위해서는 내실을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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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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