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혈투 결과 서울이 인천을 2-1로 제압한 경인더비가 경기 이후에도 계속해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FC서울 주장 기성용이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스가 던진 물병에 ‘급소’를 맞았기 때문이다.
11일 경인더비 승리 후 취재진을 만난 기성용은 “상당히 유감”이라며 불쾌한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장대비가 거세게 내리는 날씨 속에서 맞붙은 양 팀 경기는 몸 싸움으로 인한 퇴장과 경고가 속출하는 등 험악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문제는 전반 종료 직전이었던 추가 시간에 발생했다. 인천 제르소가 서울 최준과 몸싸움 끝에 넘어진 이후 거칠게 밀치다 퇴장을 당한 것. 이 과정에서 서울 권완규와 인천 무고사가 몸싸움에 가담했다 나란히 옐로카드를 받았고, 판정에 항의한 인천 조성환 감독도 옐로카드를 받는 촌극이 펼쳐졌다.
경기는 수적 우위 이후 0-1로 뒤지다 2-1로 역전에 성공한 서울이 승리했다. 후반 윌리안이 동점골을 성공시킨 이후 상대 자책골까지 유도해내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휘슬이 울리기 직전까지 인천의 강력한 공격에 고전했던 서울은 추가시간 인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는 행운을 등에 업고 천신만고 끝에 승리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서울 골키퍼 백종범은 느닷없이 인천 서포터스를 향해 돌아서서 주먹을 쥐고 승리의 포효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인천 서포터스들이 백종범을 향해 물병을 던지면서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FC서울 주장 기성용은 백종범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가 날아온 물병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급소에 맞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고통을 호소하던 기성용은 이내 부축을 받고 일어섰지만 굳은 표정은 좀체 풀리지 않았다.
기성용은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물병을 맞은 이후 현재 상태에 대해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인천 서포터스의 물병 투척 사태를 맹비난했다. 기성용은 “어떤 의도로 그렇게 물병을 던졌는지 모르겠지만 위험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서포터스를 자극해 물병 사태의 시발점이 된 백종범의 행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기성용은 “그렇다고 물병을 던질 수 있는 건가. 물병 투척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연맹에서도 잘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물병 사태 중심에 선 백종범은 인천 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백종범은 “선수로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인천 팬들의 기분을 좋지 않게 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다만 상대 서포터스를 자극한 행동에 대해 “후반전 시작부터 중지를 들어 욕을 하고, 부모님 욕을 하기도 했다”고 해명한 이후 “흥분해서 그런 동작이 나온 것 같다. 죄송하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수많은 물병이 날아오자 인천 김동민과 골키퍼 이범수가 백종범을 서포터스로부터 먼 곳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백종범은 “이범수 형이 골키퍼의 숙명이라며,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 김동민 형께도 계속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백종범은 “많은 팬이 와주셔서 더 힘이 된 것 같다. 다음 경기에서도 잘 준비하겠다. 꼭 와서 응원해달라”고 서울 팬을 향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