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 않는 전세 사기… HUG 곳간 ‘빨간불’

줄지 않는 전세 사기… HUG 곳간 ‘빨간불’

4개월 간 보증사고 2조원 육박
오는 28일 전세시기 특별법 통과 기로

기사승인 2024-05-21 14:00:05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앞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조유정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재정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역전세와 전세 사기에 따른 전세 보증금 사고 규모가 4개월 만에 2조원에 육박하며 HUG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21일 공시 등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보증사고 증가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HUG는 지난해 3조85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22년(-4087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 상태다. 지난해 손실은 1993년 HUG 창립 이후 가장 큰 손실 규모다.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반환했으나 이를 회수하지 못해 손실이 확대됐다.

HUG의 적자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HUG에 따르면 지난 1∼4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9062억원, 사고 건수는 878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830억원)보다 76%(8232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월별 사고 규모는 1월 2927억원, 2월 6489억원, 3월 4938억원, 4월 4708억원이다.

문제는 집주인에 대한 대위변제액 회수율이 10%대를 맴돌고 있단 점이다. 세입자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청받은 HUG가 지난 1~4월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1조265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위변제액 8124억원보다 규모가 55.8% 늘었다.

대위변제 금액은 늘지만 회수율은 매해 낮아지고 있다. 2019년 58%였던 전세 보증보험 대위변제액 연간 회수율(당해연도 회수금/대위변제 금액)은 2022년 말 24%, 지난해 말 14.3%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17.2%다. HUG는 전세금 8842억원을 대신 돌려줬으나 회수한 금액은 1521억원에 그쳤다.

무자본 갭투기와 전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전세보증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 내 전세 사기 우려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HUG는 지난해 보증 가입기준을 ‘공시가의 150% 이내(공시가 적용 비율 150%×전세가율 100%)’에서 ‘공시가의 126% 이내(공시가 적용 비율 140%×전세가율 90%)’로 강화했다.
 
HUG는 부동산 시장 악화로 인해 회수율 감소와 사고율 증가가 맞물려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이라 진단했다. HUG 관계자는 “최근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HUG에서 대신 변제해 보증사고가 늘었다”라며 “대위변제 이후 채권 회수까지 통상 2∼3년 걸리기 때문에 재정 상황이 더 안 좋아 보이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자금 관리를 못 한 것보단 외부적인 시상 상황이 안 좋아 주거 환경을 지원한 것으로 재정 상황 개선을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앞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조유정 기자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 통과 시 HUG가 운용하는 주택도시기금 부담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공공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매입해 보상한 뒤 구상권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채권 매입 가격은 ‘공정한 가치평가’에 따라 결정되며 비용은 HUG가 운용하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충당한다.

그러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2021년 말 49조원에 달했으나 지난 3월 말 13조9000억원에 그쳤다. 2년3개월 새 35조1000억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금융상품에 투자해 굴리는 여유자금도 2022년 2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8조원 등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전체 기금 조성액 역시 2021년 말 116조9141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95조4377억원으로 21조원 줄었다.

반면, 주택 기금 사용할 곳은 늘고 있다. 기금은 주로 임대주택 공급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 구입자금·전세자금 지원에 쓰이는데 지난 2월 신생아 특례대출 재원도 기금에서 사용됐다. 또, PF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주택 사업장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전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건설 자금 역시 기금에서 쓰인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이는 데 기금 3조∼4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국토부의 전세사기 구제 비용 3~4조원은 다소 과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특별법 개정안을 보면 피해 금액 전액을 보상하는 것이 아닌 최우선변제금을 국가가 보전하는 것”이라며 “추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면 손해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는 기금이 4조원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기준을 정확하게 잡아 회수 금액과 최우선 금액 등을 계산해야 한다”라며 “집주인에게도 채권을 회수하면 기금 손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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