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업은 추미애 당선인 탈락에 반발하며 ‘릴레이 탈당’에 나섰고, 당 지지율마저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대안 정당으로서 조국혁신당의 존재감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5선 우원식 의원이 6선 추 당선인을 꺾고 선출되자 당내 일부 강성당원 사이에서는 탈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 의원 득표수 89표를 ‘반란표’로 규정하고 당선인을 색출해야 한다는 요구도 들끓었다.
일부 당원들은 민주당 탈당을 인증하며 조국혁신당에 입당하겠다고 했다. “나는 조국당으로 간다”, “조국혁신당이 답인가”, “조국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기자” 등 반응이 잇따랐다.
민주당 지지율도 대폭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6.1%p 하락한 34.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2.1%p 상승한 35.0%였다.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2.3%p↑)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또 전 연령대에서, 진보·중도·보수층 모두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2대 개원을 목전에 앞둔 만큼 당내 우려는 크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탈당 신청을 한 당원이 수천 명이었다고 전해 들었다”며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22대 국회 개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잡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게 대다수 반응”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는 정권 심판 깃발 아래 민주당과 한목소리를 냈던 조국혁신당의 주가가 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제3지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12석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호남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민주당 위성정당 ‘민주연합’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야권 성향의 지지층이 조국혁신당을 민주당의 ‘대안 정당’으로 인식한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번 국회의장 경선 이후, 일부 지지층 사이에서 나온 “민주당 탈당하고 조국당 가겠다”는 반응도 이와 연결된다.
민주당에게 조국혁신당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가깝게도 멀게도 말라는 뜻)’의 존재다. 민주당은 총선 정국에서 조국혁신당과 묘한 관계를 이어왔다. 정권심판론이라는 큰 틀에선 연대를 유지하되, ‘더불어 몰빵(지역구도 민주당, 비례대표도 더불어민주연합)’론을 부각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보였다. 총선 이후엔 조국혁신당의 대통령 회담, 야권 연석회의 제안에 연달아 퇴짜를 놓으면서도 ‘고량주 회동’ 등 의기투합에 나섰다. 향후 국회 주도권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22대 국회에 들어서면 민주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여 공세나 정책 선명성에 있어 조국혁신당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조국혁신당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나 검찰개혁 추진 등을 놓고 민주당보다 급진적인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민주당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조국혁신당에 대응하는 방향을 택할 경우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조국혁신당보다 온건한 입장을 선택하면 강성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제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된다.
다만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국혁신당은 독자적으로 설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국혁신당으로선 민주당과의 선명성 경쟁을 하다가,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 당’ 통합을 해서 지분을 극대화시키는 게 목적일 것”이라고 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