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진출 나선 카카오뱅크…‘시세조종’ 리스크에 좌절 우려

태국 진출 나선 카카오뱅크…‘시세조종’ 리스크에 좌절 우려

카카오뱅크, 태국 가상은행 인가 준비 중
태국 재무부 고시 보니…결격 가능성도
태국 중앙은행 “절차 진행 중…견해 밝히기 어려워”
카카오뱅크 “영향 없을 것” 입장

기사승인 2024-05-23 06:00:48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태국 가상은행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모회사 카카오의 사법리스크 여파가 카카오페이의 미국 증권사 인수 무산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관건은 태국 중앙은행이 적격성을 따지는 가상은행 주요주주를 누구로 볼 것인지다. 태국 중앙은행은 공개된 규정에 따라 심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3자 컨소시엄 형성해 해외 진출 노리는 카카오뱅크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오는 8월까지 태국 중앙은행에 가상은행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 3월20일부터 오는 9월19일까지 신청서를 접수받고 있다. 최종 선정자는 오는 2025년 상반기 발표된다. 가상은행 인가를 받으면, 승인일부터 1년 이내 가상은행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부터 태국 시암상업은행(SCB)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사 ‘SCBX’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텐센트 계열의 ‘위뱅크’도 합류했다. 위뱅크는 2014년 설립된 중국 최초 인터넷은행이다. 카카오뱅크는 가상은행이 설립되면 2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태국 재무부는 지난 3월4일 가상은행 인 신청 및 발급에 대한 규칙, 절차 및 조건을 고시했다. 태국 재무부 고시를 살펴보면 태국 중앙은행은 신청자 요건으로 가상은행 사업 운영 경험, 자원 및 역량, 납입 등록 자본금 50억 바트(한화 약 1875억원)뿐 아니라 대주주 적격성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태국 재무부 고시 내용 중 가상은행 인가 신청자와 주요주주가 갖춰야 할 자격 및 금지사항과 관련한 부분. 태국 재무부 비공식 번역본

주요주주 요건 살펴보니, 기소만 돼도 부적합

고시 내용 중 ‘가상은행 인가 신청자가 갖춰야 할 자격 및 금지사항’에 따르면, 가상은행 인가 신청자와 주요 주주(significant shareholder·가상은행 지분을 10% 이상 직간접적으로 갖고 있는 자)가 될 자는 적정한 거버넌스와 평판, 좋은 재정 건전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금융 관련 범죄로 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사실이 없어야 한다.  

태국 재무부는 가상은행 인가 신청자 혹은 주요 주주가 될 자는 ‘사기 또는 부패 범죄로 현지 감독 당국으로부터 고발·기소된 적이 없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최종 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돼야 한다. ‘(신청자 혹은 주요주주가) 사기를 초래했거나, 공공을 대상으로 한 사기 또는 부정행위를 초래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현재와 과거 행적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직간접적’이라는 문구 때문에 태국 당국이 10% 이상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를 카카오로 해석할 소지도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카카오 최대주주 김범수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송치됐다. 카카오 법인도 양벌규정이 적용돼 기소된 상황이다. 공정거래법 70조는 법인 대표자나 법인·사용인·종업원 등이 저지른 위반행위에 대해 행위자 외 해당 법인이나 개인에게도 같은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주주를 카카오뱅크에 한정할 지, 카카오까지 볼지는 태국 당국 해석에 달렸다”면서 “아직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면, 태국 당국에서 한국 규제 당국에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수 있다. 국제법상, 소송 관련 내용은 자국법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가 지난해 11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출석하는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미국 증권사 인수 무산된 카카오페이 선례도…태국 당국 “규정대로 심사”

모회사인 카카오 리스크로 타격을 입은 선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다. 시버트는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가 검찰 수사받는 것을 문제 삼았다. 시버트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며 인수 절차 중단 뜻을 밝혔다. 카카오페이의 글로벌 핀테크 시장 진출이 무산된 것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신중한 입장이다. 쿠키뉴스는 태국 중앙은행에 해당 사안이 인허가에 미칠 영향을 질의했다. 태국 중앙은행 가상은행 인허가 담당자는 통화에서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국의 어떤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공개된 규정대로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카카오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21일 김범수 창업자가 지분을 전량 보유한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분리 규정을 어겼다는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다만 검찰이 진행 중인 카카오 관련 수사는 아직 4건이 남아 있다. SM엔터 주가 시세조종 의혹을 비롯해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콜(호출) 몰아주기 의혹, 가상화폐 횡령 및 배임 의혹 등이다. 검찰은 지난달 시세조종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카카오 최대주주 김범수를 소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8월을 목표로 인가 신청서를 준비 중인 단계”며 “사법리스크가 처음 불거진 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지금와서 가상은행 인허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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