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어 가스公 사장도 호소…“요금 인상 必, 벼랑 끝 심정”

한전 이어 가스公 사장도 호소…“요금 인상 必, 벼랑 끝 심정”

- 2년간 국제 LNG 가격 200%↑…국내는 43%↑
- 동결 장기화에 손해 보면서 공급, 미수금 13조원
- “차입 이자비용만 한 해 2조원 육박, 여름 인상해야”

기사승인 2024-05-22 17:17:55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2일 세종시 소재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에 이어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역시 자구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공공요금 인상을 호소하고 나섰다.

최 사장은 22일 세종시 소재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극단적 상황을 막고자 모든 수단을 가동하고 있으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해 안정적 가스 공급을 위해서는 조속한 요금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현재 미수금 규모는 전 직원이 30년간 무보수로 일해도 회수가 불가능해 마치 벼랑 끝에 선 심정”이라고 말했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수입한 금액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요금 동결 등을 이유로 가스 매입가격보다 싸게 팔 경우 미수금으로 분류한 뒤 추후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하는 회계방식이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위기로 그동안 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원가보다 싸게 공급해 왔다. 2022년 이후 국제 LNG 가격은 약 200% 상승했지만, 국내 가스요금은 약 43% 인상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지난해 2분기 이후부터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사실상 동결 상태다. 이로 인해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2021년 379%에서 지난해 483%로 상승했으며, 차입금 규모는 같은 기간 26조원에서 39조원으로 늘었다. 

최 사장은 “현재 차입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데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만 하루 47억원에 달한다”면서 “이자비용 증가는 다시 요금 상승 요인이 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지난 한 해 이자비용으로만 1조7000억원을 썼다.

단계적인 요금 인상이 이뤄지려면 가스 사용량이 적은 여름이 적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겨울에 사용량이 많은 수요 패턴상 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 체감도는 겨울철에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수요가 적은 여름철에 요금을 인상하고 단계적으로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3조5000억원이라는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을 1년 안에 모두 회수하려면 산술적으로 MJ(메가줄)당 약 27원의 인상이 필요하다. 현재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 요금은 MJ당 19.4395원이다. 최 사장은 “정부와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인상 폭이) 얼마라고 전혀 머릿속에 가지고 있지는 않다”면서 “국민들이 인상에 공감해야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고강도 자구책을 통해 재무개선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한전과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12개 에너지 공기업은 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총 약 11조8658억원의 재무개선 성과를 달성했다. 가스공사도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6% 증가한 9216억원을 달성했지만, 막대한 미수금과 차입금 규모를 줄이려면 요금 인상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영업이익 증가 등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졌지만 산업용을 포함한 누적 미수금이 15조3955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재무개선을 위해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공공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급하지만, 아직 중동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계속 주시하면서 요금 인상의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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