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설을 둘러싸고 원외조직위원장들의 의견이 ‘인물론’과 ‘총선 책임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일부 원외 조직과 상임고문단은 직·간접적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지원하면서 전당대회 구도가 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원외 지지세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는 ‘직구논란’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격돌했다. 총선이 끝난 직후 전(前) 비대위원·당직자·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만났다. 또 서울 양재도서관에서 시민과 스킨십 행보를 하기도 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를 둘러싸고 원외조직위원장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당 쇄신과 당정관계 문제를 해결하고 당을 대표하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총선 패배·당정 관계 악화를 우려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A 당협위원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의 인물론이 찬성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며 “수도권의 민심을 반영하고 용산에 끌려다니는 수직적인 당정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다만 반대하는 의견도 나오는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B 당협위원장은 “인물론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맞지만 현재 상황에 다시 나오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며 “대통령과 직접 각을 세우면 당정이 혼란해질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내부에서 찬반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30·40 수도권 출마자 모임인 ‘첫목회’도 한 전 비대위원장을 간접적으로 지원 사격했다. 상임고문도 백서는 특정인 책임론을 적는 게 아니라고 경고했다.
박상수 국민의힘 인천 서갑 조직위원장은 지난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정훈 총선백서TF 위원장의 ‘한동훈 책임론’을 직격했다.
그는 “조 위원장이 총선 백서에 전당대회 출마 경쟁자 책임론을 강하게 써놓은 것은 심판과 선수를 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심판을 확실히 하거나 선수로 뛸 것이라면 심판을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에서도 ‘한동훈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같은 날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백서는 특정인의 책임을 묻는 게 아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징비록(懲毖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 원외 조직에 힘이 실린 가운데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전당대회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오는 8월 열릴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총선 책임론’에서 회복할 시간이 생겼다.
또 한 전 비대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당내 잠룡(潛龍)들과 설전을 벌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해외직구 규제’를 비판한 것을 두고 오 시장은 ‘잘못된 처신’이라는 발언을 해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가 재 등판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전문가는 원외조직위원장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결국 지원세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외 조직의 수도권 민심 반영과 당 쇄신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는 한 전 위원장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요한 평론가는 2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낙선한 원외조직위원장들이 결국은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며 “22대 총선 패배의 책임을 당정이 아닌 한 전 비대위원장 한 명에게 씌우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전 비대위원장의 행보가 수도권 민심 반영과 당 쇄신으로 결이 같다”며 “원외조직이 직·간접적으로 돕는 것도 그 이유다. 수직적 당정관계에 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도 선택의 이유”라고 전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