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실적 효자였지만…시중은행 부실 ‘부메랑’

기업대출 실적 효자였지만…시중은행 부실 ‘부메랑’

5대 시중은행 기업대출 1년 사이 75조 증가…이자이익도 2000억원↑
불경기 지속에 기업대출 연체율·무수익여신 급증…NPL 매각규모 전년比 152.5%↑

기사승인 2024-05-26 06:00:11
쿠키뉴스DB.

시중은행 대출 부실이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기업대출로 타개책을 찾으면서 실적 개선에 기여했지만 건전성이 나빠진 상황이다.

대기업은 그나마 낫지만 고금리에 타격을 받는 중소기업들이 부실화하며 은행들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합한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796조455억원으로 전월 말(785조1515억원) 대비 1.4%(10조894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월 말(729조779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0.5%(75조9676억원) 늘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에 주력했다. 4월 말 기준 기업대출 가운데 대기업 대출 잔액은 151조2220억원으로 전월 대비 4.3%(6조1377억원)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44조8236억원으로 전월 대비 0.74%(4조7536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5%(39조4199억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기업대출 대비 크지 않았다. 같은기간 가계대출이 677조4691억원에서 698조30억원으로 3.0%(20조5339억원) 증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증가율이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금융당국 가계대출 억제 기조가 장기간 지속됐고 기업 대출 수요가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가운데 기업대출을 장려하자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시중은행의 대출 전략은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로 감소한 당기순이익을 제외하면 국내 은행 1분기 이자이익은 1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7000억원)와 비교해 2000억원(1.6%) 증가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기업대출 전략은 실적증대와 함께 건전성 악화도 가져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48%로 1년 전(0.35%)보다 0.13%p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0.58%)과 개인사업자(0.54%) 연체율이 모두 0.17%p 증가했다.

여기에 개별 은행을 보면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23%로 전년 동월 대비 0.07%p 올랐다.

신한은행 역시 기업대출 연체율이 1년 새 0.06%p 오른 0.34%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대비 0.04%p 오른 0.30%를 기록했다.

연체율을 넘어 ‘무수익여신’도 급증하고 있다. 무수익 여신은 돈을 받아간 기업의 채무 재조정과 법정 관리 돌입 등으로 이자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 여신에 90일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합한 것으로 통상 ‘깡통 대출’이라고 불린다.

지난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무수익 여신 잔액은 3조75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3조2040억원) 대비 5550억원(17.3%) 증가했다. 지난해 말(3조5190억원)과 비교하면 2400억원 증가했다.

건전성이 악화하자 시중은행은 부실채권(NPL)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5대 시중은행이 1분기에 매각한 부실채권은 총 1조143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2.5%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4일 “최근 전반적인 연체율이 증가하고 금융 불확실성이 큰 만큼 부실 관리를 보수적으로 실행해 정상 여신이라도 리스크 발생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잠재 부실로 분류하고 관리하고 있다”며 “현재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은 만큼 대출 문턱을 올리기 보다 상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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