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인명피해에 금융사 “안전 강화”…철수는 ‘글쎄’

미얀마 인명피해에 금융사 “안전 강화”…철수는 ‘글쎄’

대구銀 미얀마 자회사 직원 피살
3년 전에도 현지 직원 시위진압대 총에 사망
금융사들, 외근 중단·영업활동 지역 제한 등 조치
시장 철수엔 선 그어…“장기적 관점”

기사승인 2024-05-29 06:00:23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기. 연합뉴스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은행과 관련한 인명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내전이 장기화하고 있는 영향이다. 은행들은 ‘사업 철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 등에 나서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 미얀마 자회사에서 발생한 불상사 직후 현지 한국계 금융회사는 직원의 외근 중단 등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27일 “지난 21일 미얀마에서 자회사인 DGB MFI(Microfinance·소액대출업) 소속 직원 2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며 “사망자는 현지 채용 직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반군 미얀마(PDF)가 친정부 인사를 사살하는 과정에서 빗나간 총탄에 피격당했다는 것은 확인된 바 없다”며 “당사는 무장괴한 소행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은행은 사고 이후 유가족에게 긴급 장례 비용을 지급하고, 현지 직원의 외부 영업 중단 및 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등 안전과 보안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Sh수협은행 현지 직원들이 현금을 수송하다 무장강도에 강탈당한 사건이 있었다. 또한 2021년에는 미얀마 양곤에서 신한은행 현지 직원이 시위진압대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금융사들은 직원 재택근무 전환, 일시 귀국 조치 등 비상조치를 취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국내은행 해외점포는 총 207개(40개국)다. 전년 말(204개, 39개국) 대비 3개 증가하고 진출국도 1개가 늘었다. 국가별로 따져보면, 미얀마 소재 해외점포는 16개다. 베트남(20개), 중국(17개)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미국과 해외점포 수가 같다. 

미얀마는 ‘제2의 베트남’으로 불리며 금융권이 앞다퉈 공들인 해외 시장이다. 5200만명에 달하는 노동력과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또 2020년 기준, 전체 인구 중 은행계좌를 보유 비율이 25%에 불과해 금융업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 중 하나다.

미얀마군 공습으로 파괴된 마을. AP=연합뉴스

반복된 사고에 긴장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를 살펴보면 먼저 신한금융그룹의 신한은행이 미얀마에서 양곤지점 1개를 운영 중이다. 주재원 2명, 현지 직원 23명이 근무한다. 신한카드는 미얀마 내 22개 지점이 있고 주재원 1명, 현지 직원 250명이 일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 현지 모든 직원의 외근을 중단조치 하고, 영업지 방문 시 사전 안전여부 확인 및 안전 매뉴얼 재교육을 실시 중”이라며 “임직원 안전 기준 준수 및 지점 모니터링 등 점검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은 현지법인 2개, 사무소 1개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법인(주재원 3명, 현지 직원 327명), KB미얀마은행(주재원 3명, 현지 직원 36명)이 존재하며, KB국민카드 사무소 1곳(KB국민카드 양곤사무소)도 영업을 하고 있다. 총 근무 인원은 370명이다. KB금융은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015년 미얀마에 우리은행이 지분 100%를 가진 ‘우리 파이낸스 미얀마(MFI)’ 법인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우리파이낸스 미얀마는 38개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우리은행 양곤사무소도 운영 중이다. 주재원은 4명이다.

우리금융은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반군 활동 지역과 인접한 북부 지역”이라며 “우리금융의 미얀마 네트워크는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고, 북부보다 치안이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금 수송시 안전 관리에 철저하도록 유의사항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그룹도 지난 2014년 미얀마 법인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를 설립해 진출해 있다. 현재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지점 87개), 하나은행 미얀마 양곤사무소, 하나캐피탈 미얀마 양곤사무소가 영업 중이다. 하나금융은 “관계사 전 직원에 안전이 확보된 지역에서만 영업활동을 하도록 하고, 영업종료 후 본사 앞 보고를 하도록 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철수 계획은 없어요

다만 은행들은 미얀마 시장 철수는 논외라고 선을 그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사건별 단기 대응보다는 긴 호흡의 관점에서 글로벌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 역시 “철수 계획은 없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한 국가에서 철수하면 재진입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태국 사례도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태국 정부 만류에도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등이 전면 철수했다. 이후 국내 은행이 동남아 대부분 국가에 진출했지만 태국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철수에 따른 ‘미운털’이 박혔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한번 철수하면 당국이 다시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면서 “해외 지점은 당연히 철수를 포함,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한다. 하지만 ‘정말 나갈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굉장히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