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본드로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확대…실효성은 ‘물음표’

커버드본드로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확대…실효성은 ‘물음표’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를 위한 커버드본드 지급 보증 업무협약식’ 개최
CB시장 확대 효용성은 있어…“조달금리 낮출 수 있을 것”
금리인하 눈 앞인데…“대출차주들이 고정형 주담대 받을지 의문”

기사승인 2024-05-29 06:00:17
쿠키뉴스DB.

금융당국이 민간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확대하기 위해 자금 조달 수단인 커버드본드 발행·투자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과 실제 금리인하가 시작될 경우 되려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은행연합회에서 주택금융공사와 5대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를 위한 커버드본드 지급보증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국고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장기채권이다. 투자자는 발행기관이 파산해도 담보자산에 우선변제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커버드본드는 담보의 보강(기초자산+발행기관)으로 신용리스크가 낮아 저리로 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당국은 장기·고정금리 상품을 늘리는 방안 중 하나로 커버드본드 발행 확대에 주목한 것이다.

금융위는 AAA등급의 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를 주금공이 지급보증시, 동일 만기 은행채에 비해 5~21bp 정도 발행금리가 인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이 이러한 조달금리 인하분을 장기·고정금리 상품 금리에 녹여낼 경우 소비자에게 보다 낮은 금리로 장기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하고 있다.

커버드본드 발행 구조.   금융위원회 제공

여기에 금융위는 지급보증 서비스 출시에 맞춰 커버드본드를 발행·투자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다양한 유인책도 제공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원화예대율 산정 시 현재 원화예수금의 최대 1%까지 포함하고 있는 커버드본드 잔액에 더해 만기 10년 이상 커버드본드 잔액에 대해선 별도의 1% 인정한도를 추가 부여하는 방안이 있다. 

여기에 커버드본드 발행 관련 자료의 제출과 공시의 불편함 개선, 한국은행의 대출 및 차액결제이행용 적격담보 증권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간 협의 추진도 고려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커버드본드 시장 확대 조치에 대해 ‘효용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자금조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금리인데 은행채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이 가능하다면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8일 “이번 방안들 중 지급보증을 통한 금리 지원이 발행 기관 입장에선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어 나쁘지 않은 발행 조건이 될 것”이라며 “그간 커버드본드 발행 자체가 호응이 없었던 만큼 금융위의 이번 조치는 CB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커버드본드 협약이 실제 금융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이 고정금리 주담대 공급을 확대하려 해도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의 근거는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해 향후 대출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고정형 주담대는 금리가 떨어져도 처음 받았던 금리에서 변동이 없지만 변동형은 금리 인하가 반영돼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같은날 “금리 인상기에 고정형 주담대를 확대하는 방안이 나왔다면 금융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기 훨씬 쉬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확정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고정금리 주담대를 받는 선택을 금융소비자들이 할 것이라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에게 부담요소가 있다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장기채 운용 확대가 은행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채는 은행이 오랫동안 운용해야 하는데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대환대출 등으로 차주가 타행으로 갈아탈 경우 은행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시장금리가 인하하면 고정금리 차주들도 대출을 갈아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높은 비용으로 채권을 운용해야 하는 은행이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다만 장기·고정형 주담대 확대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이라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기·고정금리 상품을 독려하는 금융당국 방향성에 대해 일부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금리 변동기마다 개별 차주 상환 부담과 리스크가 노출되는 문제를 좌시할 수 없고 장기·고정금리 상품 확대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커버드본드는 안정성이 높고 충분한 수요 확보와 추가적인 신용보강으로 발행금리를 상당히 낮출 수 있어 금리 인하기에도 변동금리 대비 경쟁력 있는 고정금리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 시의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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