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금감원도 반대…수협은행 M&A, 올해도 어려울 듯

해수부·금감원도 반대…수협은행 M&A, 올해도 어려울 듯

캐피탈사 인수합병 무산된 수협
해수부·금감원 반대 의사 표명
“올해도 어렵다”…지주사 전환 미뤄질 듯

기사승인 2024-05-30 06:00:16
Sh수협은행

Sh수협은행의 숙원인 지주사 전환이 또다시 멀어졌다. 선결 조건인 비은행 금융사 인수합병(M&A)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내부에서 M&A 재추진 시점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올해는 때가 아니라는 ‘신중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초 강신숙 은행장이 공언한 M&A 시점은 지난해 상반기에서 연말로 미뤄진 후 올해도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고, 너무 늦출 필요는 없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 연체율 상승 등 높은 경제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실적 개선됐지만…미뤄지는 비금융사 인수

수협은행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4억원(2.6%) 증가한 9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 237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2048억원)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순이자마진(NIM)은 1.45%(2022년)에서 1.57%(2023년)로 0.12%p 올랐다.

반면 자산건전성 지표는 뒷걸음질 쳤다. 연체율이 0.26%에서 0.44%로 0.18%p(포인트) 올랐다. 회수가 불투명한 대출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2%에서 0.56%로 0.14%p 증가했다.

지난 2022년 취임한 강 행장 임기는 오는 11월까지다.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지주사 전환 초석을 닦기 위한 M&A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강 행장은 지난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은행과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회사 인수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의 인수가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웰컴캐피탈 인수, 막판 무산…배경엔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려면, 금융지주회사법 2조1항1호에 따라 1개 이상의 자회사를 확보해야 한다. 수협은행은 자회사가 없어 M&A가 필수다. 

아예 M&A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웰컴캐피탈 인수에 나섰다.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쳐 실사에 나서는 등 인수 절차를 밟았지만 최종 단계를 앞두고 결국 무산됐다. 

당시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웰컴캐피탈은 부동산PF 대출 비중과 연체율이 높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웰컴캐피탈의 연체율은 지난해 △3월 말 6.73% △6월 말 9.58% △9월 말 10.79%에 이어 지난해 말 11.79%까지 치솟았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0.55%를 기록했다. 웰컴캐피탈의 2022년 말 기준 부동산PF 관련 대출규모는 2206억원으로 영업자산의 53.2%에 달한다.

수협 자체도 부동산PF, 브릿지론 리스크로 골머리 앓는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했다간, 자칫 부담이 이중으로 커질 수 있었던 셈이다.

부동산PF 등 리스크 산재…“올해는 어려울 듯”

인수 무산의 결정적 이유는 양측의 가격 눈높이 차가 아닌, 해수부와 금감원의 반대다. 해수부와 금감원은 M&A시 수협은행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협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4.42%로, 국내 은행 평균 15.66%를 하회한다. BIS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규모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또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지 못한 채 비은행 자회사 인수에 나서면 자칫 금융당국의 BIS 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해수부는 수협에 장기적 투자에 대한 증자는 해줄 수 있어도, M&A를 위한 증자는 어렵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BIS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에 대한 금감원 지적이 있었다”며 “(해수부) 역시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이를 고려해 수협은행이 최종적으로 인수 절차를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불확실성도 크다. 부동산PF 부실 여파로 상호금융 업권 전체 건전성 지표가 후퇴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호금융권 연체율은 2.97%로 3% 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년 말 1.52% 대비 1.45%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41%로 전년 말 대비 1.57%p 증가했다.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128.7%로 전년 말 대비 11.3%p 하락했다.

익명의 수협은행 한 관계자는 “부동산PF 구조조정과 맞물려 고정이하여신이 오르는 등 위험요소가 산재한 상황”이라며 “부실채권(NPL) 매각 등 연체율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은 내실경영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올해 안에 M&A 재추진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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