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국내 상륙…진단기기 시장 빛 볼까

치매 치료제 국내 상륙…진단기기 시장 빛 볼까

24일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 허가
진단기기 업계, 치료 전후 활용 폭 확대 기대
“치료제 급여 적용과 함께 진단비 지원 넓혀야”

기사승인 2024-05-30 11:00:15
게티이미지뱅크

경증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받은 가운데, 치매 진단기기 시장도 덩달아 활성화되고 있다. 치매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반적 과정에서 검사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기기들의 활용 폭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에자이,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지난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고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레켐비에 대한 보험 심사를 진행 중이다. 

레켐비 출시에 맞춰 치매 관련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해당 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치료 전후 진단검사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 A씨는 “레켐비를 활용하려면 처방에 적합한 환자군을 판별하고, 투약 중 부작용 유무나 투약 후 효과 여부에 대해 영상검사가 필요하다”며 “뇌 영상 분석이 필수인 만큼 해당 분야의 진단 솔루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등의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뇌세포에 손상을 입히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자기공명영상(MRI), 뇌척수액(CSF)검사,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등을 통해 단백질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 또한 레켐비는 혈관 내 출혈, 뇌부종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치료 중에도 주기적 영상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뇌질환 분야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뉴로핏의 경우 레켐비 등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처방이나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아밀로이드-PET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뉴로핏 스케일 펫’은 뇌 속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어느 정도 쌓여있는지, 뇌신경 세포 대사 감소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정략적 수치로 제공한다. 

뉴로핏 관계자는 “기존 아밀로이드 PET 영상은 판독 과정이 오래 걸리지만 AI 기술을 적용하면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도를 높일 것”이라며 “레켐비 처방 시점에 맞춰 대학병원 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의료 AI 기업 뷰노는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AI 기반 뇌 정량화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브레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뇌 MRI 영상을 분석해 뇌 영역을 100여개 이상으로 분할하고 각 영역의 위축 정도를 정량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등 주요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의료진의 진단을 돕는다. 뷰노 관계자는 “레켐비를 활용한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혈액을 바탕에 둔 진단 기술도 기존 영상검사의 대안으로 지목된다. 피플바이오는 혈액검사를 거쳐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의료기기 ‘알츠온(AlzOn)’을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알츠온은 혈액에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치는 현상을 측정한다. 

더불어 이모코그는 혈액 조기 진단기기 ‘코그체크’를 출시했으며, 티사이언티픽과 퀸타매트릭스는 치매 조기 진단키트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진단 의약품으로 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치매 진단 방사성의약품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레켐비가 국내에 본격 출시됨에 따라 진단 의약품 역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듀켐바이오 관계자는 “치매 초기 단계에서 환자를 선별하고 진단할 때 환자 편의성을 높이면서 치료 경과 추적도 가능한 방법은 방사성의약품을 통한 PET-CT 진단이 유일하다”며 “레켐비 임상부터 사용돼 온 만큼 수요가 지속 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치매 진단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보험 수가’ 문제가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환자가 영상검사나 진단키트검사를 진행하려면 1회당 10만원이 넘는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레켐비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한정되지만, 실제 증상이 없는 초기 환자를 발굴하긴 쉽지 않다. 특히 무증상 환자가 10여만원이 드는 고가의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레켐비 가격도 1회 투여에 2000~3000만원을 호가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는 향후 레켐비의 급여 적용과 함께 치매 진단검사에 대한 지원 폭이 커지길 기대했다. 진단장비 업체 관계자 B씨는 “레켐비가 국내 허가를 받게 되면서 알츠하이머 치료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약가 자체가 높기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빠른 환자 발굴과 지속적 치료를 위해 진단검사 지원도 강화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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