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파트너 돼달라” vs “전국집회로 응집” 의·정 평행선

“개혁 파트너 돼달라” vs “전국집회로 응집” 의·정 평행선

기사승인 2024-05-30 19:00:02
사진=임형택 기자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인 정부가 의사단체를 향해 의료개혁의 파트너가 돼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답은 냉담하다. 의사단체는 전국적 집회를 추진하며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을 백지화하라는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 정부 “증원과 함께 공정한 보상 등 추진”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계는 국민과 환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 대신 고민한 부분을 직접 말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의료계 인사들이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헛된 약속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그분들의 주장이 틀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의대 증원 뿐 아니라 △의료 이용·공급 체계 정상화 △필수의료에 대한 공정한 보상 등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는 제도 개선안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으로 복귀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수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서 전체 전공의의 7.1% 수준인 973명이 근무 중이다. 복귀하는 전공의의 불이익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29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의사단체에서 의대 증원이 의학 교육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며 “정부는 선진국 수준의 교육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의학 교육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의사단체 “상설 협의체 필요”…전국집회 개최  

의료계에선 현장 의료진과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의료개혁을 시행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대 증원 확대 등 의료개혁 정책을 중단한 뒤 올바른 의료체계 개선방안을 튼튼한 재원과 법적 구속력을 갖는 협의체에서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다양한 약속이 규정과 재정의 문제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면서 “정권의 실적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을 일시에 50% 늘리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도 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을 사전에 충분히 조사했다고 하지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의하면 의대 정원이 10% 이상 변경될 경우 의대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증원이 필요하다 해도 한 번에 10% 미만의 증원이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며 “필요한 의사 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위한 시설과 교수진을 먼저 확보한 후 학생 수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피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30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7개 시·도에서 ‘대한민국 정부 한국 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정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따라오라”며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임 회장은 28일에도 “대한민국 의료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며 “하나가 된 마음, 단결된 모습만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다. 우리들의 분노가 어떠한 것인지 정부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촛불집회에는 의대 교수들도 대거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방재승 서울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28일 “촛불집회에 당연히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의료계는 직역이 여러 개로 나눠져 있지만 현재 마음은 다 똑같다”며 “아마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서도 같이 참석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 환자들 “소모적 대치 당장 중단해야”

수련병원 전공의 이탈이 100일을 넘긴 시점에서 환자들은 정부와 의료계에 대치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입장문을 통해 “환자의 어려움과 불편을 해소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정부와 의료계 양측에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의료계와 정부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규모를 놓고 벌여온 소모적 강대강 대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의대 증원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 위험이 높고 근무 환경이 열악한 필수의료를 살릴 방법을 찾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와 의료계의 일방적 주장 속에서 증원 외 논의가 모두 묻히고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현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렵다”며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나 계속적인 집단행동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좋은 의료 환경을 만들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회에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위장관기질종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등이 속해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