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22대 국회…중도상환수수료의 운명은

막 오른 22대 국회…중도상환수수료의 운명은

민주당,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추진 계획
은행들 연간 벌어 들이는 수수료 3000억원
“합리적 조정 필요하지만 폐지는…” 금융위 부정적
대출금리 인상 초래한다는 분석도

기사승인 2024-06-04 06:00:43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박효상 기자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인 ‘중도상환수수료 폐지’를 추진키로 하자 금융당국을 비롯, 금융권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2대 국회 첫 민생 법안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민병덕 의원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들은 이달 중 정책모기지론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한국토지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차주가 정해진 만기보다 빨리 대출금을 갚을 때 내는 일종의 해약금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상 원칙적으로는 중도상환 수수료 부과는 금지다. 소비자가 대출일부터 3년 내에 대출을 상환할 경우 예외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서민 차주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본다. 특히 주담대 갈아타기의 경우에는 대출금액이 크다 보니 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다. 3억원 주담대에 중도상환수수료 1.2%을 적용한다고 하면, 중도상환 수수료만 360만원에 달한다. 더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고 싶어도 중도상환수수료 때문에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민주당은 정책모기지를 시작으로, 일반 은행이 취급하는 가계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면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바일전용 대출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있기도 하다.

소비자가 대출금을 정해진 날짜보다 빨리 갚으면 은행 입장에서는 더 좋지 않을까. 왜 소비자가 오히려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하는걸까.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처럼 만기가 수십 년인 대출을 내주고, 여기에 맞춰 자금을 굴린다. 대출이 조기 상환되면 자금 운용 계획이 틀어지게 된다. 이에 따른 손실 비용과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게 은행의 논리다. 

그러나 중도상환수수료가 조기상환으로 발생한 실제 금융회사의 비용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 기준 없이 획일적으로 부과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는 고정금리 대출 1.4%, 변동금리 대출 1.2%로 모두 동일했다. 대부분의 은행은 모바일 가입 시에도 창구 가입과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도상환수수료로 은행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3000억원 수준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지하고, 중도상환수수료를 손질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자금 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 비용과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등 실제 발생하는 비용만 반영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비용 외에 다른 항목을 부과해 가산하면 불공정영업행위로 보고 1억원 이하 과태료 부과나 부당금액 소비자 반환 원칙을 운영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중도상환수수료 합리적 조정은 동의하지만, 폐지에는 선을 긋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돈을 빌리면 빌려준 사람은 그에 맞춰 자금운용계획을 세우게 되고 처음 약속한 것을 깨면 고객에 따라 조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당국도 중도상환수수료와 관련해) 부담 경감 노력을 해왔지만 만약 폐지한다면 발생하는 비용을 누군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금융권도 난색을 표한다. 이론적으로는 소비자에 이로울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도상환수수료를 지나치게 낮추면 대출금리 상승 및 대출 접근성 하락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지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주담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융기관이 중도상환리스크를 고려해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수익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 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출 금리를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위험 부담을 차주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권 연구위원은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을 지나치게 낮추는 정책은 금융기관과 차주 간 효율적인 계약 체결을 해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도상환수수료를 일방적으로 낮추기 보다 중도상환수수료 체계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정책이 소비자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과도하게 낮추거나 폐지하면,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는 명확하다”며 “(수수료 조정) 개정절차를 마무리해 오는 7월 중 고시한 뒤, 내년 1월쯤 시행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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