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22대 원구성 협상 불발돼 법정 시한을 넘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시한 내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8개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갈 수 있다고 경고했고, 국민의힘은 국회 각 상임위에 대응하는 특별위원회(특위)를 설립했다. 여당은 특위, 야당은 상임위를 통해 정책 주도권 싸움을 전개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법상 정해진 원구성 협상 미감 시한 7일까지 두 차례의 원내대표 회동 자리를 마련했다. 두 번 모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불참으로 불발되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며 협의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거 국회 관례대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당이 맡고, 운영위원회(운영위)는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와 운영위를 넘기지 않으면 원구성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도 경고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7일)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의원총회를 오는 10일 열어 양당 원내대표 원구성 협상과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 대한 총의를 모을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법제사법위원장은 2당이 국회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회법이 정한 7일 자정까지 원구성 구성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오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표결을 진행해 원구성을 완료하겠다고 예고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10일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 지난 5일 국회의장단 구성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단독으로 원구성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타협을 시도하지만 조정이 되지 않으면 헌법과 국회법, 국민의 뜻에 따라 다수결의 원리로 원구성을 하는 게 타당하다”며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는 정부와 여당이다. 법대로 신속하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구성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에 대응하는 15개의 특위 만들었다.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가는 상황을 가정하고 특위 활동을 통해 집권여당으로서 정책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5개 특위는 각각 △저출생대응특위 △민생경제안정특위 △세제개편특위 △AI·반도체특위 △에너지특위 △의료개혁특위 △연금개혁특위 △기후대응특위 △노동특위 △공정언론특위 △재난안전특위 △약자동행특위 △외교·안보특위 △교육개혁특위 △문화체육특위 등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여당은 민생을 하루라도 포기할 수 없다. 원구성 협상 종료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며 “당정이 중요한 정책을 협의하기 위해 특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이 이뤄지면 국회의 18개 상임위와 국민의힘의 15개 특위 간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없는 등 특위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정책에 주도권인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는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부 가져가면 국힘민의힘은 특위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선택할 게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당정정책회의 등을 통해 15개 특위를 상임위처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없어 행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만든 15개 특위를 살펴보면 각 상임위에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으로서 국정을 완전히 보이콧 할 수 없어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18개 상임위를 다 빼앗겨도 정책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특위는 상임위와 다르게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없어 행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당정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특위로 상임위 역할과 활동을 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이 이뤄지면 상임위와 특위 간 정책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결국 특위의 권한이 한정적이라 상임위가 주도권을 가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