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7일 오후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이 전 부지사에 이같이 판결했다. 동시에 벌금 2억5000만원과 추징금 3억3595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019년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통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데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8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김 전 회장 등으로부터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 총 3억3400만원 가량의 뇌물과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최대 쟁점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대북 송금) 혐의와 관련해 쌍방울이 경기도가 낼 비용을 대납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발언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공적 지위를 활용해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했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자금을 지급하는 범죄를 저질러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켰다”며 “이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뇌물 혐의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가족이 쌍방울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은 장기간 뇌물 및 정치자금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원받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인과 사기업 간의 유착관계의 단절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음에도 이러한 기대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반성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일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부지사가 받는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가운데 일부는 무죄 판단했다.
다만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과 관련해서는 “쌍방울 측이 북한에 보낸 200만달러는 경기지사의 방북과 관련한 사례금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