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원구성 강행의 배경에 ‘이재명 살리기’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송금 의혹’으로 1심 중형이 선고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무마하기 위해 주요 상임위를 독식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0일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 앞에서 “(본회의 참석 여부와 민주당의 11개 상임위원장 선출 대응은) 오후 3시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법의 정신과 그간 관례와 맞지 않는 조건을 내걸고 주요 상임위를 독식하는 것은 ‘이재명 살리기’ 아니냐”며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중형 선고 이후 민주당의 독주는 더 빠르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장 원내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다수당일 때 소수당을 어떻게 배려해왔는지 충분히 말씀드렸다. 21대 국회 전반기는 이보다 많은 의석을 가지고도 협상하는 척이라도 했다”며 “지금은 그럴 여유도 마음도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를 향한 검찰과 법원의 칼날이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 민주당이 법대로 하라는 말을 외치지만 이 대표를 법의 심판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독주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어떻게 할지 아는데 마냥 협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장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이대로 독주한다면 싸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상임위 강제배분이 이뤄질 때 사임계를 일괄 제출할 것이냐’는 물음에 “이 대표를 살리기 위해 눈과 귀를 닫고 질주하는 부당함을 알릴 것”이라며 “국회가 협치를 통해 의회주의를 복원할 수 있다면 모든 방법과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상임위 강제배정이 이뤄지면 권한쟁의심판을 요청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권한쟁의심판은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며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의회주의를 지키는 데 필요한 시기에 답을 내는 게 아니라 정치를 피해 가는 방식으로 의미 없는 답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장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과 물밑협상이 진행됐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물밑협상을 진행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운영위원회(운영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독식하겠다는 게 진심”이라며 “이런 진심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이 15개 특별위원회(특위)를 통해 민생을 챙길 수 있다고 예고했다. 장 원내수석대변인은 “상임위를 강제 배분한다고 해도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다. 여당으로서 민생을 어떻게 챙길지 고민하고 있다”며 “만든 특위를 통해서 민생을 챙기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특위의 입법권’ 문제에 대해서는 “입법하지 않아도 시급하게 챙길 민생이 많이 있다”며 “정부와 함께 고민하겠다. 특위는 위원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도 포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특위 종료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