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 제정신입니까” 총파업 앞두고 원색 비난 이어가는 의협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 총파업 앞두고 원색 비난 이어가는 의협

기사승인 2024-06-11 13:10:04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투쟁선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단체가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원색적 발언들에 이은 집단 휴진에 눈살을 찌푸리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8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를 공개 비판했다. 임 회장은 자신의 SNS에 “환자를 치료한 의사한테 결과가 나쁘다고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창원지법 판사 윤민,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비판했다. 또 과거 윤 판사가 언론에 인터뷰한 사진을 게재하며 “이 여자와 가족이 병·의원에 올 때 병 종류와 무관하게 반드시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규정에 맞게 치료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11일에는 “교도소에 갈 만큼 위험을 무릎 쓸 중요한 환자는 없다”면서 “앞으로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에 대해 매우 드물게 부작용이 있는 멕페란, 온단세트론 등 항구토제를 절대 쓰지 마시기 바란다”고 올렸다.

창원지법 형사3-2부(윤민 부장판사)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60대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원심 유지 판결을 내렸다. 2021년 1월 경남 거제의 한 의원에서 근무하던 A씨는 80대 환자 B씨에게 구역·구토 치료제인 ‘멕페란 주사액’(2㎖)을 투여해 전신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병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맥페란 주사액을 투여한 건 A씨의 업무상 과실이며 이에 따른 상해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맥페란 주사액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가 금지되며, 고령자에게는 신중한 투여가 권고된다. 임 회장이 판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창원지방법원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지난달에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집행을 막아달라는 항고심에서 법원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담당 부장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정부 측에 회유 당했을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임 회장은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를 지탄하며 그의 해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 교수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비판해왔다. 임 회장은 10일 SNS에 “정형선 이 작자는 김윤(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하위 호환 수준인데 연세대도 이제는 이런 수준의 자를 계속 교수로 쓸지 생각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아깝다”고 했다.

오는 18일 총파업을 예고한 의협은 대정부 투쟁 의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임 회장은 9일 의협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정부와 여당은 정권 유지와 총선 승리를 위해 고질적인 저수가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하에서 수십 년간 국민을 위해 헌신한 의료계의 희생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의료계를 공공의 적으로 악마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14만 의사들이 정부와 여당에 회초리를 들고 국민과 함께 잘못된 의료 정책을 바로잡을 결정적 전기를 마련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박용헌 의협 부회장도 10일 SNS에 “감옥은 제가 갑니다.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만 마십시오. 18일입니다”라며 휴진 동참을 당부했다.

정부는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하는 등 의료계 집단행동에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다. 또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집단 휴진을 바라보는 국민적 여론은 좋지 않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지연(42·가명)씨는 “의협은 환자와 국민, 정부, 법을 모두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극치를 보여준다”며 “법대로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호연(38·가명)씨도 “이 기회에 의사들의 특권을 깨뜨릴 제도를 구축하면 좋겠다”며 “언제까지 정부와 국민이 끌려 다니기만 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들은 의사단체의 잇단 휴진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0일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이 철회돼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환자와 환자 가족은 휴진 결의 발표로 참담함을 느낀다”며 “환자에게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의료계의 행보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