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두고 기존 주주환원정책과 큰 차이가 없는 ‘속 빈 강정’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상장사 가운데 처음으로 공시에 나선 키움증권이 비판을 받으면서 후발 주자들은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공시에 더 신중해 질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달 28일 ‘2024년 키움증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키움증권은 공시에서 3개년 중기 목표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달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초대형IB 인가를 추진하고, 연금사업 신규 진출 및 북미·동남아 등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계획을 내놨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상장사들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각 기업에 적합한 계획을 수립해 공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본비용·자본수익성 등을 통해 기업가치 적정 수준을 스스로 평가하고, 자본효율성 등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목표수준과 도달시점 등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적 전략·방안과 일정, 이후 이행과 목표 달성에 대한 평가 및 주주와 소통, 피드백 결과 등을 공시에 담아야 한다.
그러나 기업가치 제고 계획 1호 공시를 내놓은 키움증권에 대해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증권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지난 3월 공정공시를 통해 공시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큰 차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3개년 중기 목표에서 제시된 ROE·주주환원률 달성 목표가 공정공시 내용과 동일해 이러한 지적을 불러온다.
또한 공시에 포함된 초대형IB 인가를 받겠다는 부분도 키움증권이 수년째 추진 중인 사업인 만큼 색다른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공시에서 ‘책임경영 및 소통 강화’만 단순히 언급됐을 뿐 공정공시에서 밝힌 임직원 성과보수 체계를 ROE와 연계한다는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도 없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키움증권의) 제고 계획은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고, 고민한 흔적도 없어 보인다. 이미 밝힌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중복된다”며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주주자본비용(Cost of equity)와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이 빠진 것은 유감”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 회장은 “키움증권이 두 번째 밸류업 제고 계획 발표 시 ROA를 저해하는 저수익 자산 내용을 밝히고 이의 개선 내지 처리 방안을 포함하길 권한다”면서 “지난 3월 예고한 임직원 성과보수 체계를 ROE와 연계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1호 공시에도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들은 더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새로운 내용을 담기보다 이미 어느 정도 준비해 온 포맷이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맞춰 진행하다 보니 밸류업 1호 공시 상장사가 됐을 것”이라며 “1호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있는 반면 비판의 주장도 존재하는 등 엇갈린 반응 때문에 증권사들은 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키움증권의 뒤를 이어 기업가치 계획을 공시할 증권사로는 NH투자·메리츠·미래에셋증권 등이 거론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선제적으로 밝혔던 증권사가 가능성이 높다”며 “NH투자증권이 관련 방향에 적극적으로 신경 쓰는 만큼 우선순위에 꼽힌다. 그 외에도 메리츠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이 현실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