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6일 서울 은명초 별관 옆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발생한 불이 학교 건물과 주차된 자동차 41대, 울타리를 태웠다.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소재가 화마를 키웠다.
화재 우려에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030년으로 세웠던 드라이비트 제거 계획을 2026년까지로 앞당겼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2년6개월 내 서울 소재 유치원, 초·중·고교, 특수학교의 외벽 드라이비트 제거가 완료된다. 계획대로 될진 미지수다. 학사 일정과 안전 문제로 학교 공사 추진이 쉽지 않은데, 드라이비트 제거가 완료된 학교 취합마저 아직이다. 예산조차 계획안에 크게 못 미쳐 관심이 흐지부지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지침에…드라이비트 해소 2030년→2026년 단축
14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안전과가 지난 2월 공개한 ‘화재 취약 드라이비트 연도별 해소계획(2022년 5월 변경 수립)’에 따르면, 올해 드라이비트 소재 외벽을 교체할 계획인 학교는 총 105개교다. 올해 유치원 1곳, 초등 48곳, 중등 29곳, 고등 26곳, 각종학교 1곳이 드라이비트 외벽을 제거할 계획이다. 드라이비트 제거가 필요한 건물 동 수는 142동이다. 내년에는 100개교(139동), 오는 2026년은 137개교(186동)의 드라이비트 제거가 계획돼 있다.
당초 시교육청은 2030년을 제거 목표 해로 정했지만, 드라이비트 위험성에 공감하며 2026년으로 해소 시기를 단축해 계획을 새로 수립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2030년까지 10년 계획을 세웠는데, 드라이비트 화재가 잦아 계획의 연도를 앞당겨야 한다는 (교육부) 권고가 있었다. 이에 따라 2026년까지 해소하는 것으로 계획을 재도입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른 단축된 계획 연도를 수정해서 올린 것을 알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얼마만큼 해소가 됐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개별 학교당 학사 일정이 달라 통일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현장 소리 안 듣나…2년 남았는데 겨울방학 밖에 공사 못해
문제는 학교 외벽 공사가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이다. 초등학교 교장 A씨는 “학교 시설공사는 진행이 쉽지 않다. 일정부분 예산이 초과하면 입찰해 업체를 선정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학교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외벽 사업 같은 경우 안전 문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비계(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를 설치해야 한다면 학기 중 공사는 불가능하다”며 “소음이 발생한다면 주중 어렵고 주말, 방학 중 공사를 해야 한다. (다른 공사에 비해) 학교 공사는 진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벽 공사인만큼 여름방학을 피해 겨울방학에 주로 이뤄진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드라이비트 제거는) 큰 공사인 만큼 학교 학사 일정과 안 맞는 경우가 많다. 특히 드라이비트 공사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외벽 공사 등과 함께 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을) 수정해 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계획만 앞선 드라이비트 제거, 예산도 부족
특히 현재까지 드라이비트 제거가 완료된 서울 소재 학교 취합도 아직이다. 기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최근 5년간 제거된 드라이비트 학교 수(건물동)를 조사한 결과, 서울시교육청만 실제 제거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드라이비트 해소 사업과 외벽 개선 사업 내용이 중첩돼 해당 부분을 교차해서 아직 파악하진 못했다는 것이 시교육청 측의 설명이다.
드라이비트 제거 학교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제 드라이비트 제거 속도가 계획안을 따라가고 있는지 조자 알 수 없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세출예산서 내 학교시설여건개선(드라이비트 해소) 부분을 살펴보면, 각 교육지청이 올해 예산으로 드라이비트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한 학교와 드라이비트 해소계획(변경) 알림의 학교와 큰 차이를 보였다.
예컨대 세출예산서에 따르면 동부교육지원청은 올해 전곡초 1곳의 드라이비트 제거를 위한 예산을 책정했다. 반면 드라이비트 연도별 해소계획에는 올해 전곡초 외에도 초등 6개교, 중등 1개교, 고등 1개교 등 총 8개교의 드라이비트 외벽을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마저 확실치 않다. 올해 해소 계획안 리스트엔 있는 학교지만, 이미 외벽 개선사업으로 드라이비트를 제거했을 가능성도 있다.
부족한 예산도 발목을 잡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본예산이 줄어서 계획대로 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번 추경에 요청한 부분이 있어 이 부분이 확정되면 다시 한번 변경 계획 수립을 할 필요성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다만 “2026년까지 이론적으론 (해소)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내진 보강 사업, 외부 창호 개선 사업 등과 드라이비트 해소를 같이 추진하면 사업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최초 예산 계획 수립 때보다 인원 구성을 늘렸고, 각 지원청에서도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확대로 ‘2026년 목표’ 실현 가능해야
전문가들은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위해 예산을 확대해 드라이비트를 신속해 제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드라이비트 공법의 문제는 빠르게 상층으로 화재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라며 “건물 내부에서도 화재가 나는데 (외벽 드라이비트로 옮겨붙으면) 쉽게 불 끌 수 있는 것도 못 끄게 된다는 것이다.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6년까지로 해소 계획을 세웠다면 이에 맞는 적절한 예산을 잘 배분해 실현 가능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백승주 한국소방기술사회 홍보이사(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도 “석면 문제가 발암물질 등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다고 밝혀졌지만 여전히 많은 공공기관이 석면 천장을 전부 철거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예산 문제 때문”이라며 “드라이비트의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고 빠르게 시공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화재 우려로 이를 철거하고 비용이 더 드는 자재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연히 (드라이비트 해소) 시간이 지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몇 개 학교에 어떤 절차로 해소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공사가) 끝나는 지점만 제시하면 의문만 들 게 할 것”이라며 “다만 현 정부가 거의 임기 내에 전폭적으로 (드라이비트 해소)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