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도 갈아탔는데…“취지 어긋나” 지적에 억울한 인뱅

금감원장도 갈아탔는데…“취지 어긋나” 지적에 억울한 인뱅

기사승인 2024-06-15 06:00:01
인터넷은행 3사.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3사를 두고 주택담보대출로 외형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혁신, 포용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 발언도 내놓았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꾸준히 취급하기 위해서는 안전자산 확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과정에서 ‘씬파일러’(금융거래이력부족자·thin filer)에 대한 신용평가 모델 등이 주요 심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는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 3사에 대한 평가 결과 씬파일러를 위한 대출 공급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제4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안 발표를 앞두고 최근 기존 인터넷은행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 13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인터넷은행에 아쉬운 소리를 쏟아냈다. 인터넷은행이 단기간 빠른 속도로 성장한 점을 치켜세우면서도, 주담대 늘리기 등 기존 은행과 비슷한 영업 전략으로 규모를 키운 점을 문제 삼았다.

정우현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인터넷은행이 현재 가장 손쉽게 수익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주담대를 대환으로 끌어오는 것”이라며 “대환이라는 것은 다른 은행에서 심사해서 대출을 받고 있는 고객들을 금리 인하를 통해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좋은 대출 조건을 제시해서 고객을 빼앗는 것은 저희가 생각했던 인터넷은행 핵심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thin filer)를 인터넷은행이 포용하길 바랬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역시 “인터넷은행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좋지만, 수익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보면 주담대 등 기존은행과 수익 내는 부분이 차별화되지 않는다”며 “인터넷은행 원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적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전체 신용대출의 30%를 신용점수 하위 50%인 중저신용자 대출로 취급해야 한다는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은 본래 성격상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최근 고금리 장기화 등 경기 침체가 계속돼 부담을 더하고 있다. 그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고 자산건전성 관리 위해 대환대출 등 주담대를 취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주담대는 신용대출 대비 마진은 적지만, 담보가 있어 그만큼 리스크가 적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안정적 담보 대출도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대환대출 서비스가 금융소비자 이자 부담 경감으로 이어진 만큼, 대환대출로 주담대를 끌어왔다고 포용 금융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로 지난 1년간 금융소비자 20만명이 10조원 규모의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로 이동했다며, 1인당 연간 약 162만원의 이자를 절감했다고 홍보해 왔다. 인터넷은행이 고객에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금융시장 경쟁을 촉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같은 영업 관행을 지적해 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정작 인터넷은행 대환대출을 이용했다.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씨티은행에 있던 채무 2억8006만원을 카카오뱅크(2억7331만원)로 대환대출했다. 주담대로 추정되는 대출을 금리가 더 낮은 인터넷은행 상품으로 갈아타 채무가 676만원 줄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에 포용 금융을 계속 강조할 거면, 건전성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 시중은행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포용 금융 역할을 강조할 거면, 차라리 건전성 요건을 좀 더 완화하되, 대신 사회적 역할을 얼마나 실현하고 있는지 이런 인터넷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기준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금융당국은 대통령 지시로 은행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라며 “결국 성과 평가 세미나는 4번째 인터넷은행이 나와야 할 당위성을 만드는 자리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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