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행을 강조하며 야당이 단독 선출한 11개 상임위원장 원상 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을 강조하며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의 촉구로 맞섰다.
원구성 협상이 좀처럼 진척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여야는 원구성 난항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는 중이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에 대한 다수당과 소수당의 안배는 오랜 전통”이라며 “그야말로 관습 헌법에 이르는 귀한 전통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 문제를 정상화하기 바란다”며 “국민의힘은 보다 강력한 여러 가지 조치를 구상하고 있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하고 국회 관습이 한번 무너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힐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지침대로 움직이는 민주당을 상대로 (원구성 협상이) 한 걸음도 못 나아가고 있다”며 “이미 3개의 재판을 받는 도중에 대북 송금 재판까지 추가되니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은 정상적 판단력을 잃은 듯하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여야 원내대표 ‘대국민 1 대 1 토론’을 거듭 제안했다. 추 원내대표는 “제안 3일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며 “유례없는 국회 운영 떳떳하다면 회피할 이유 없다. 오늘이라도 당장 응해 달라”고 압박했다.
추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서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려는 민주당의 무례한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며 “여야의 갈등을 중재하고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 협치를 복원시키는 것이 진짜 국회의장의 본분임을 명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우 의장을 향해 책임을 돌렸다. 그는 같은 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민주당 주도로 상임위가 반의반 쪽짜리로 운영되고 있다. (우 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제라도 상임위 배분이 다시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의장이 책임감을 가지고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여러 논의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본회의 개최를 하는 것은 맞지 않고 의장으로서 책임을 완전히 저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여당이 대한민국 국회를 부정하고 국회법이 아닌 용산법만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과 상식을 지켜야 한다며 17일 본회의 개의를 거듭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는 국민이 뽑은 대표다. 용산이 아니라 국민을 지켜야 한다”며 “총선이 끝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고, 민생 현안은 산적해 있다. 우리 국민께서는 일하는 국회를 원한다”고 원구성을 압박했다.
이어 “총선 민심을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서 독선과 불통을 더 강화 중이다. 민심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기 전에 속히 국회로 돌아와 책임과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며 “관행을 주장하지 말고 법과 상식을 따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의 자체 특위를 ‘짝퉁 상임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식 상임위는 거부하면서 짝퉁 상임위를 만들어 국회를 무시하고 있는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산적한 민생 현안을 외면하고 짝퉁 상임위나 붙잡고 있는 모습이 참 한심하고 애처롭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무노동과 불법을 고집하며 원구성이 지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급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가 일 하지 않으면 국민의 고통만 커진다. 언제까지 국민의힘의 발목잡기에 국회가 공회전을 해야 하는가”라고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원구성 법정시한이 10일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국회 보이콧’으로 자체 특위를 만드는 등 행정부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회법과 민심 따라 좌고우면 않고 지체 없이 원구성을 추진하겠단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원구성에 있어서 ‘여야 합의 우선’이라는 방침을 내세웠다.
우 의장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광장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여야가 협의하고 있고, 협의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17일 본회의 개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지금 (여야가) 협의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여야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구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