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의사수급 추계, 전문가에 맡긴다…“내년 증원 철회는 아냐”

말 많던 의사수급 추계, 전문가에 맡긴다…“내년 증원 철회는 아냐”

기사승인 2024-06-20 15:32:09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사진=곽경근 대기자

앞으로 의과대학 증원 규모 등 미래에 필요한 적정 의료 인력을 추계하는 일을 의료계와 환자단체, 통계학자와 같은 전문가가 맡게 될 전망이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 규모 결정 근거에 대해 신뢰하지 않으며 이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정부가 이를 전문적으로 논의하는 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특위 회의를 개최하고 △인력 수급 추계 및 조정시스템 검토 방향 △의료개혁 재정 투자 방향 △국민·의료계 소통·참여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과학적 전문성 갖춘 ‘수급 추계 전문위원회’ 구성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향후 의료 인력 수급 현황을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해 합리적으로 수급 관리를 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인력 수급 추계의 과학적 전문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자 전문가 중심의 ‘수급 추계 전문위원회’(가칭)와 ‘정책 의사결정 기구’를 이원적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전문위는 공급자, 수요자, 전문가단체가 추천하는 통계학·인구학·경제학·보건학·의학·간호학 등 전문가로 구성될 예정이다. 수급 추계의 가정·변수, 모형 등을 도출하고 추계 결과를 기반으로 한 정책 제안을 정책 의사결정 기구에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정책 의사결정 기구는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위원회로 의료계‧수요자 대표, 정부 부처 등 대표성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전문위의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 정원 조정을 포함한 인력 정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 직역 대표가 과반 이상 참여하는 자문위를 설치해 해당 직역별 의견을 청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구체적인 의료 인력 추계 방식은 새롭게 구성될 전문위에서 숙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의학기술 발전, 인력 수요·공급 관련 제도 변화, 의사과학자 등 비임상 인력 수요 등을 추계 시나리오에 반영해, 현실에 부합하고 적시성을 갖춘 수급 추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인력 수급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다음 달부터 ‘보건의료인력 통합정보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20개 보건의료 직종에 대해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보유한 면허·자격, 요양기관, 지역·근무지, 연령 등 현황 조회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의료 인력 수급 추계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등의 문제 제기가 있어 추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추계 논의 구조와 절차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도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해뒀다. 노 위원장은 “2025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대학별로 배분돼 대학 입시 시행계획이 나와 있는 상태”라며 “오늘 논의된 방식을 내년 정원에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다. 내년 증원 철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료계가 조속히 참여해야 기구를 활용한 증원 규모 논의가 빨라질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노 위원장은 “향후 진행되는 수급 추계는 대한의사협회 등 직역단체와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데, 현재 특위에 불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구를 통한 증원 규모 결정)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의협 등 직역단체가 특위에 조속히 참여한다면 빠르게 논의해 향후 타임라인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사진=곽경근 대기자

의료개혁 재정투자 원칙 정립…국민 참여·지역 소통 강화

이번 특위 회의에선 의료개혁 재정 투자 방향도 논의됐다.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건강보험 재정과 국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병행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각 재정의 역할 분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은 필수의료 수가 개선에 집중하고 국가 재정은 인력 양성, 인프라 확충 등에 적극 투자한다는 기본 방침에 의견을 모았다. 

건보 재정 투자와 관련해 필수·지역의료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봤다. 단순한 수가 인상이 아닌 지불제도 및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난도, 중증, 응급 분야에 우선 순위를 두는 동시에 현행 행위별 수가제도에서는 필수의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어려운 만큼 수가 체계 개편도 병행하는 방향으로 원칙을 정했다.

아울러 국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미래 의료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보건의료 정책 분야별 ‘국민 제안’을 통해 개혁과제를 발굴한다. 7~8월 중 공모를 거쳐 선정된 우수 제안은 특위에서 구체화해 향후 공식 의제화할 예정이다. 또 개혁과제 모니터링,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등 갈등·쟁점 과제 숙의를 위해 ‘의료개혁 국민자문단’을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의료계와 지역사회 현장 소통도 강화한다. 개혁 분야별로 현장 의료진, 의대 교수, 학회, 병원계 등과 간담회,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선 지역별 현장 간담회 등을 시행해 지역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고,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 지역 의료계 의견 등을 적극 수렴한다. 

의료 공급·이용 문화 개선도 추진한다. 그간 미흡했던 의료이용 문화 개선 캠페인을 소비자단체 등과 전개한다. △중증도에 맞는 적정 의료이용 △응급실 이용 에티켓 △지역병원 이용 활성화 등 캠페인을 오는 8월부터 본격 진행할 방침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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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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