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도전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늘어나면서 대세로 굳어지던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변수가 생겼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출마 선언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화해 무드’ 조성 노력에 나섰지만 시기상 늦었다는 평가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4파전으로 전개될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1강·2중·1약 양상이 예상된다. 1강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우위를 보이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다. 2중은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과 나경원 의원, 1약은 윤상현 의원이다.
뉴스1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지난 14~15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유승민 29%, 한동훈 27%, 안철수 10%, 나경원 9%, 원희룡 6%, 김재섭 2%, 윤상현 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 지표에서는 한동훈 59%, 원희룡 11%, 나경원 10%, 안철수 7%, 유승민 6%, 김재섭 1%, 윤상현 1%로 집계됐다.
일반 시민을 포함한 지표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유승민 전 의원이 전당대회 도전이 무의미하다는 뜻을 밝히며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한 전 비대위원장은 그간 언급된 당권 후보 중 단연 주목받고 있다.
다만 친윤계 후보로 점쳐지는 원 전 장관이 당권 출사표를 던지면서 변수가 생겼다. 1차 투표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2차 투표까지 가야 하고, ‘반한연대’(반 한동훈 연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대세인 ‘어대한’ 기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전당대회 1차 선거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8일 2차 선거를 치러야 한다.
원 전 장관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역임한 인요한 의원과 면담하면서 본격적인 전당대회 행보에 돌입했다. 그는 이른 시일 내 당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진 전부와 인사를 나누겠다고 예고하며 거센 행보를 전개 중이다.
최근 윤 대통령과 만난 원 전 장관은 “(대통령이) 당에 쟁쟁한 사람이 많으니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다른 주자에게 한 말과 똑같은 수준의 의례적인 덕담을 들었다”고 밝혔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경쟁 후보들이 등장하자 윤 대통령에게 전화해 ‘화해기류’ 조성에 나섰다. 당내 ‘윤·한 갈등’ 우려가 계속되자 이를 해소시켜 지지율 굳히려는 의도다.
정광재 한동훈 캠프 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한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 19일 윤 대통령에게 전화해 통화가 이뤄졌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출마의 뜻을 전하자 윤 대통령이 격려의 말을 건넸다”고 특별히 밝혔다.
다만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 의중이 원 전 장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진과 당내 주요인사의 만남도 그렇게 해석된다”며 “한 전 비대위원장이 뒤늦게 화해기류를 조성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분위기가 흔들리면서 원 전 장관을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중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 남았고 인사권도 있다”며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면 당정 관계가 위험하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평론가의 해석도 비슷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화가 ‘화해’의 의미가 담겼다”며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이 당정·야당 갈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임기가 3년이 남은 상태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과 당장 각을 세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전 비대위원장도 ‘윤·한갈등’ 해소를 위해 화해의 제스쳐를 보낸 것”이라고 통화의 의미를 평가했다.
아울러 “친윤계가 원 전 장관에 힘을 싣는 것은 결선투표에서 ‘반한연대’를 통해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무선 전화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며 응답률은 1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