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돗물 ‘아리수’를 시청 바로 앞 서울광장에선 마실만한 곳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수와 맛과 질에서 차이가 없다’며 국내외에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상반된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올여름 최악의 폭염이 예상되고 있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광장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거리응원을 주도한 곳으로 민원인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명소이자 교통 요지다.
2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아리수 음수대가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다. 서울광장에 아리수 음수대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시는 지난 2016년 아리수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수도관 형상의 ‘아리수 음수대’를 설치한 바 있다. 지금은 철거된 상태다.
서울아리수본부 급수설비과 측은 “음수대 설치는 아리수본부에서 하지만 철거는 서울시에서 결정한다. 2016년 설치해서 2021년도 철거했다. 코로나 때문에 시민들이 기피하고 시설이 가면 갈수록 색도 바래는 등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영희 아리수본부장도 지난 4월 열린 서울시의회 323회 임시회 제1차 환경수자원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설치된 아리수 조형물 음수대가 좀 컸다. 여러 가지 행사나 집회 등이 있을 때 동선에 방해되기 때문에 (철거했다).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 앞쪽에는 콤팩트한 형태로 신규로 설치한 게 있다. 이런 부분 참고해서 시청광장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여전히 시청 앞 서울광장에 아리수 음수대를 다시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에 음수대를 설치해 홍보를 강화하고 아리수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편의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김경훈 시의원(국민의힘)은 쿠키뉴스에 “시청 앞 광장에 아리수 음수대가 없다고 상임위 때 지적해서 조치한다고 했다. 이후 아무런 얘기가 없다. 시청 앞 광장은 상징적인 곳이다. 시가 아리수 품질이 좋다는 등 관련 홍보 많이 하는데 시청광장에 없으면, 일반 시민들이 봤을 때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는 관련부서가 아니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아리수본부는 “서울시 서울광장 관리 부서에서 요청 왔을 때 한해서 제한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아리수본부 관할이 아니다. 설치만 (아리수본부에서) 하고, 관리는 서울시에서 하는 시스템”이라며 서울광장 음수대 설치와 관련 즉답을 피했다. 아리수본부는 서울시 상수도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6월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열린 동남아지역 최대 물 박람회인 ‘싱가포르 국제 물 박람회(Water EXPO)’에 참가해, 세계 각국 물 산업 분야 글로벌 기업과 정부, 도시,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를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홍보한 바 있다.
김태구 이예솔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