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매년 6만~12만명의 자살 유족이 발생하고 있다. 자살 유족은 신체적 질병뿐 아니라 우울,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 개정과 촘촘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2024 국회자살예방포럼 제1차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제3기 국회자살예방포럼은 매일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가운데 정치권이 나서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자살예방 정책세미나와 국제세미나, 입법 및 예산확보, 제도개선 활동, 국회자살예방대상 시상식 개최, 지방자치단체 자살예방 현황 조사 등 활동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이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자살유가족 보호·지원을 촉구하는 것은 매년 자살유가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자살사망자는 1만2906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명의 자살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최소 5명에서 10명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매년 6만명에서 12만명의 자살 유가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자살사망자는 13만4254명으로, 자살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130여만명에 이른다.
삼성서울병원의 자살유족 지원 방안 연구(2018)에 따르면 자살유가족의 우울장애 발병 위험은 일반인보다 약 1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 10명 중 6명은 가족이나 친구가 떠난 후 본인도 죽음을 선택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더해, 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재차 고통을 받고 또 다른 자살 위험의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날 라이프호프기록교자살예방센터 안해용 사무총장은 ‘자살유가족 지원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구상 본부장이 ‘자살유가족 현지원체계의 현황’을, 온라인 자살유가족 운영진 강명수 선생이 ‘자살유가족이 바라는 지원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안 사무총장은 “국가는 자살유족을 보호 지원할 수 있는 법을 개정하고 촘촘한 지원체계를 마련해 자살로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나라 법률에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4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자살자의 유족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유족을 위한 보호와 지원을 위해 자살자의 유족 등이 참여하는 자조모임의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지원,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 지원, 전문지원센터 설립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법률에 근거해 보호와 지원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선생도 “자살유가족은 사회적 낙인과 정신ᐧ신체ᐧ경제문제와 함께 복합애도의 위험성에 직면하고 있다”며 “자살 문제를 해결하려는 더 많은 관심과 강력한 의지, 함께하는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