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로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3일 연속 흐지부지됐다. 여야 모두 ‘민생이 위기’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정작 민생은 정쟁에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표결 결과 발표 직후 “이날 예정된 대정부질문은 여야 간 협의한 결과 이견이 있어 실시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대정부질문은 당초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예정되어 있었지만, 3일 모두 파행을 겪게 된 것이다.
대정부질문은 첫날부터 여야의 기싸움으로 흐지부지됐다. 지난 2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도중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발언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로 본회의가 정회됐다. 이후 ‘사과 없이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강한 항의로 본회의는 끝내 자동 산회했다. 결국 북한 ‘오물 풍선’ 살포 문제,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 등 주요 현안들이 논의되다 만 채 끝난 셈이다.
이틀 차에는 ‘채상병 특검법’이 걸림돌이 됐다. 지난 3일에는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에 앞서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대정부질문은 시작도 전에 무산 수순을 밟게 됐다.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은 ‘민생’ 관련 질의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특히 고물가·고금리 상황에 대한 정부 대책, ‘민생회복지원금법’에 대한 정부 입장, 세수 부족에 대한 정부 대응, 의정 갈등을 포함한 보건의료분야 이슈 등 시급한 민생 현안들에 대한 질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여야는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무산에 대해 남 탓하기 바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애초부터 대정부질문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대정부질문을 위한 본회의에) 채상병 특검법 상정으로 그 의도와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용산 방탄을 위한 필리버스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명분 없는 필리버스터”라고 꼬집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도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며 “채상병 특검법 표결 후 대정부질문을 이어갔어도 될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마지막 날인 4일은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도 채상병 특검법 표결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하며 끝내 진행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채상병 특검 표결 전 필리버스터 강제 중단 등을 이유로 집단 퇴장하면서다.
결국 6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이 전체 무산으로 끝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민생이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이번만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은 여야 대치로 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이 예고되면서 연기됐다. 또 채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재표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 방송4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함께 처리하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7월 임시국회는 국회법상 의무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고, 11월에 접어들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본격화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 많아 일정상 올해 말까지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상임위 전체회의 취소 등) 여야 충돌에 의한 일정 변경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