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를 위한 대진표가 사실상 완성됐다. 이재명 전 대표는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경쟁자 김두관 전 의원을 20%p 이상의 격차로 앞서며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을 재확인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다시 당권을 잡게 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6~8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이 전 대표는 42.9%를 얻으며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18.1%였다.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는 24.8%p에 달한다. 기타 13.4%, 적합한 인물 없음·잘 모름·무응답은 25.6%였다.
이 전 대표는 지역·연령 전반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3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김 전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제쳤다. 지역별로도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김 전 의원보다 우위를 점했다. 진보층과 중도층에서도 각각 63.9%, 46.2% 지지를 얻으며 김 전 의원을 앞섰다.
현재 8·18 민주당 전국당원대회 당대표 선거는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전 대표와 김두관 전 의원, 청년 원외 인사인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가 경쟁하는 3파전으로 압축됐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상황인 만큼, ‘이재명 압승 시나리오’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역동성이 실종된 ‘미적지근한 전당대회’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주자급 인물들이 출마한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달리 이 전 대표 연임을 위한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이미 이 전 대표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가 연임에 성공할 경우 1995~2000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감도 커졌다.
‘이재명 일극체제’를 향한 비판도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 후보들의 ‘충성 경쟁’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등록 후보 상당수가 친명(친이재명)을 내걸고 당심 잡기에 나서면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강점인 다양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 벌써부터 이 전 대표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으니, 이에 반하는 목소리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도 걸림돌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이른바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으로 추가 기소되면서 받아야 할 재판이 4개로 늘었다. 그가 당초 받고 있는 재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혐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사건 등 3건이었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는 이르면 10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경우 벌금 100만원, 위증교사죄는 금고 이상의 형이면 이 전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한다. 정치적 타격과 함께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여권의 공세 부담도 커지면서, 민주당 역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전화면접(6.8%), 무선 ARS(93.2%)를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4.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3년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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