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허가를 향한 국내 제약사들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만큼 수요가 크다는 판단이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 일동제약,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등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마친 국내 기업들이 추가적 임상 적응증 확보, 국제 학술지 논문 발표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신풍제약은 지난 4월 글로벌 학회 발표를 통해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 임상 3상 결과에 의미를 불어넣었다. 지난 2023년 공개된 아쉬운 임상 3상 결과를 만회하고자 부가적 지표들의 효과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피라맥스는 중증화율 감소라는 1차 유효성 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당시 신풍제약이 제34차 유럽 임상미생물학·감염질환학회(ESCMID)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피라맥스를 증상 초기에 복용한 환자군은 콧물, 인후통, 발열 등 증상이 11일만에 사라졌다. 반면 위약군은 13일이 걸렸다. 또한 29일째까지 증상이 있는 환자 비율이 피라맥스를 복용했을 때 24.6% 감소했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대부분 국가의 허가기관에서 코로나19 치료제의 유효성 평가지표로 인정하고 있는 기준은 충족했다”며 “1차 유효성 평가 외에도 여러 의미 있는 효과를 입증한 만큼 국내 규제 당국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임상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를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일동제약은 공동 개발사인 일본 제약사 시오노기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의 긍정적인 임상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일본을 포함해 글로벌 판매를 담당하는 시오노기는 지난 2022년 11월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조코바의 정식 허가를 받았다. 본격적인 처방 시작과 함께 시오노기는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 진입을 예고했다.
먼저 올해 3월에는 코로나19 후유증 ‘롱코비드’ 치료 임상에 들어갔다. 경증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임상은 2027년 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5일 공개된 탐색 임상 결과에 따르면 경증 코로나19 환자가 5일 동안 조코바를 복용했을 때 85일, 169일, 337일 째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위험이 32.7%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험군의 중증화 예방 효과에 대한 새로운 임상 데이터도 확보했다. 지난 6월28일 시오노기는 일본감염학회와 일본화학요법학회 합동 학술대회에서 ‘조코바’를 복용했을 때 코로나19 고위험군 환자들의 입원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시오노기에 따르면 코로나19 고위험군 환자 16만7310명 환자 중 조코바를 복용한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입원률이 37% 낮았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먼저 허가를 받은 시오노기측은 다양한 임상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환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국산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분명한 만큼 국내에서도 허가 품목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이하 현대바이오)는 코로나19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넓은 적응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바이오는 글로벌 임상대행사(CRO) 찰스리버와 손잡고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의 임상에 나섰다. 현대바이오에 따르면 지난 5월 찰스리버가 진행한 제프티의 호흡기 감염증 바이러스 세포실험 결과, 약물 투여 8시간 만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리노바이러스, 알파코로나바이러스가 99% 이상 사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바이오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찰스리버와 함께 RSV 등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에 대한 생채 내(invivo) 임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해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식약처와 제프티 관련 재협의 시 긍정적인 영향 및 결론을 끌어내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업계는 올해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급여등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국산 치료제 허가도 염두한 것으로 예측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허가와 관련해 일부 제약사와 허가 당국이 한창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어떤 기준을 바탕으로 허가가 이뤄질 지 관련 업체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제약업체의 품목허가 신청 현황과 협의 여부 등은 답변이 어렵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