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뇌졸중 80% 상급종합병원 진료 못 받는 상황 우려”

“급성 뇌졸중 80% 상급종합병원 진료 못 받는 상황 우려”

수술 안 하면 일반진료질환군으로 분류
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바꿔야”

기사승인 2024-07-15 10:50:05
게티이미지뱅크

중증 응급 처치가 필요한 급성 뇌졸중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위해 뇌졸중 관련 환자분류체계를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대한뇌졸중학회(이하 학회)는 지난 11일 정부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계획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본 사업 시행 전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된 뇌졸중의 환자분류체계(KDRG)를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시급히 변경해야 한다”고 15일 호소했다.

앞서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치료 난이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은 최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구조 전환 시험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회는 현 환자분류체계에 의해 대표적인 필수 중증응급질환인 뇌졸중 환자 대부분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뇌졸중은 암질환, 심장질환, 희귀·중증난치질환과 함께 4대 중증질환에 속한다.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으로, 골든타임 내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필수 중증응급질환이다. 

그러나 급성 뇌졸중 중 80%는 초급성기 정맥혈전용해술이나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두통,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의 질환과 함께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중환자 진료 비율을 50%까지 늘린다면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는 뇌졸중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국내 뇌졸중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50년에는 매년 35만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뇌졸중 환자의 급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진료군 개선 없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기준을 높이는 것은 대표적 중증질환인 뇌졸중 골든타임 내 치료를 위한 안전망 구축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학회는 우려했다.

이경복 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는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중증환자 중심 구조 전환에 동의한다”면서도 “어느 질환보다 빠른 시간 안에 진단과 치료가 요구되는 급성중증뇌경색은 산정특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급종합 지정 기준에서 일반진료질병군에 머물러 있다”고 짚었다. 이어 “대형병원들이 그동안 왜 권역응급의료센터 설치를 기피해 왔겠는가”라며 “바로 급성중증뇌경색 등 응급심뇌질환이 전문 진료군도 아니고 수가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왜곡된 질병분류체계는 부족한 거점병원의 필수의료 인력을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급종합질병군 재분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차재관 학회 부이사장(동아의대 신경과)은 “현 질병군 분류가 유지된다면 최종 치료를 담당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뇌졸중 진료가 제한돼 뇌졸중 진료 인력과 인프라 구축 또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국민들에게 이러한 피해가 전가될 수 있기 때문에 뇌졸중을 전문 진료질병군으로 수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라고 전했다. 이어 “학회는 정부가 진행하는 필수 중증의료 진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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