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15일 ‘민심 풍향계’로 꼽히는 충청권 공략에 나섰다. 전당대회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막판 승기’를 잡기 위한 공방이 치열했다. 특히 여론조사상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한동훈 후보에 대한 견제가 두드러졌다. 나경원 후보는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에게 빌미를 주는 위험한 후보’라고 직격했고, 원희룡 후보는 ‘탄핵 공포’를 자극하며 거센 압박에 나섰다. 한 후보는 전당대회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네거티브를 자제하며 몸을 낮췄다.
국민의힘은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를 개최했다. 이날 합동연설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000명의 당원들이 참석했다.
나경원, 원희룡·한동훈 싸잡아 비판
나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한 후보와 원 후보를 싸잡아 평가절하했다. 한 후보에 대해서는 “대권 욕심에 빠져 대통령과 각 세우고 분열하는 사람이 (대표가) 되면 자중지란, 내부 충돌, 보수의 몰락이 불 보듯 뻔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씌운 국정농단, 당무개입, 스스럼없이 말해 이재명당에 빌미 주는 후보는 위험하고 불안하다”고 직격했다.
또 한 후보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경우, 내년 9월에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점을 들어 “이번에 또 1년짜리 대표 뽑으면 1년 뒤에 비상대책위원회, 전당대회”라며 “지긋지긋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에 대해서도 “갑자기 나온 후보도 마찬가지”라며 “갑자기 나온 후보가 대통령에게 할 말 하겠나. 제가 대통령이 잘하는 건 팍팍 밀어드리고 잘못한 건 쓴소리 팍팍 해서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겠다”고 자신이 당대표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후보는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총선백서 발간이 미뤄지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난 총선을 지휘한 한 후보에 대한 책임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총선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총선백서 하나 못 만드는 당에 어떻게 미래가 있나”라며 “궤멸된 참패 앞에 분노하고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분노하고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분노하자”라고 했다.
“정상적 당대표직 수행 불가능”…원희룡, ‘韓때리기’ 총공세
원 후보는 한 후보의 1차 과반 저지를 위한 총공세를 펼쳤다.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부각하면서다. 그는 해당 의혹을 ‘드루킹 사건’에 빗대며 “한 후보는 사법리스크로 인해 정상적인 당대표직 수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드루킹 사건은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개입된 가운데 드루킹(김동원) 일당이 당시 문재인 후보에 유리하도록 포털사이트 댓글과 검색어 등을 조작한 사건이다.
그는 “여론조성팀·댓글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대범죄행위다.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되실 것”이라고 한 후보를 저격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후보 검증은 필수다. 검증은 정치인의 숙명”이라며 “우리 내부의 검증을 넘지 못한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한들 얼마나 버티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제3자 추천을 제안한 한 후보를 겨냥한 공세도 이어갔다. 원 후보는 “특검은 곧 탄핵”이라며 “당대표와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이 같다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을 절대 받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어 “특검은 당의 분열과 대통령 탄핵을 노리는 거대야당의 계략이고 덫”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특검을 저지할 당대표를 세우지 않으면, 우리 모두 망한다. 정부·여당이 서로 충돌하고 당이 갈라지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네거티브 자제한 한동훈 “충청인 배려, 이자까지 쳐서 돌려드릴 것”
반면 한 후보는 직접적인 네거티브를 자제했다. 그는 “앞으로 저만큼은 근거 없는 마타도어(흑색선전) 대응을 최소화함으로써 전당대회가 혼탁해지는 걸 막겠다”며 “국회에서의 싸움, 미래 걸림돌과의 싸움, 경쟁국들과의 부당한 싸움을 이겨내고 당의 화합을 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한 후보는 충청 발전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충청 패인으로 꼽혔던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를 사과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R&D에 관한 예산 삭감 문제도 정교하지 못했다”며 “저희가 반성한다. (충청) 여러분의 마음을 챙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탄압받을 때 진천에서 충청인이 보여준 배려, 이제 이자까지 쳐서 돌려드리겠다”며 “우리는 실력 있는 보수정당과 정부·여당으로 거듭 나야 한다. 그 실력에 보내주시는 여러분의 신뢰로 대한민국이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막아내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연설회가 끝난 이후엔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됐다. 원 후보는 기자들을 만나 “야당의 탄핵 음모에 대통령을 던져놓는 것을 막기 위한 건 세 후보가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필요한 세 후보는 힘을 합칠 수 있다”고 했다. 나 후보 역시 “선거를 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어떤 게 가장 큰 대의인가를 생각하게 된다”라고 단일화 여지를 남겼다. 이어 ‘원 후보가 자신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묻자 “저를 돕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 후보는 “단일화는 자유”라면서도 “어떤 정치 공학이나 정치적 기술이 민심이나 당심의 흐름을 꺾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동훈 나오자 “배신자”…지지자간 육탄전
한편 이날 합동연설회에선 한동훈 후보 지지자와 원희룡 후보 지지자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참석자들이 한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 소리치고, 한 후보 지지자들이 이에 반발하며 몸싸움이 벌이는 등 소란이 일었다. 이에 한 후보는 “진정해달라. 우리 국민의힘이 국민께 보여드려야 하는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며 “제게 배신자라고 외치는 건 좋지만 다른 분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아달라”고 중재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도 “일부 원 후보 지지자들이 저를 향해 ‘배신자’라고 구호를 크게 외치며 의자를 들어 던지기까지 했다. 저는 이견을 존중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다만 오늘처럼 동료시민을 다치거나 위험하게 하는 행동은 절대 안 된다. 우리는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 지지자들 뿐 아니라, 오늘 연설을 방해하신 그분들과도 함께 가고, 함께 이기겠다”고 적었다.
천안=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