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2분기, 본업 주춤했지만…“하반기 반등 기대”

정유업계 2분기, 본업 주춤했지만…“하반기 반등 기대”

- 정유4사, 전년 동기比 ‘상승’·전 분기比 ‘하락’
- ‘정제마진↓’ 정유 주춤…화학·윤활유 선방
- 하반기 반등 기대, 중동 정세·美 둔화 등 변수도

기사승인 2024-08-11 06:02:04
국내 최초 정유공장 ‘SK울산콤플렉스(SK울산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정제마진 하락으로 정유업계가 일제히 1분기 대비 부진한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본업인 정유 부문이 크게 흔들린 가운데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이 비교적 선방했다. 다만 국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감에 따라 하반기에도 리스크는 상존한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OIL은 2분기 매출 9조5708억원, 영업이익 160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64.6%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1.2% 증가했다.

정유 부문에서 9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중심의 휘발유 수요 부진과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유럽향 경유 수출 제한으로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올 1분기 배럴당 7.3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2분기 3.5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일반적으론 4~5달러 선을 손익분기점으로 판단한다.

다만 석유화학 부문은 아로마틱 계열(파라자일렌·벤젠 등)과 올레핀 다운스트림을 중심으로 시황이 개선되면서 10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 ‘효자’ 노릇을 했던 윤활유 부문도 145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배터리 사업 부진으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8조7991억원, 영업손실 458억원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에서도 전 분기 대비 4469억원 감소한 14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화학사업은 파라자일렌(PX), 벤젠 등 주요 제품 스프레드가 소폭 상승했음에도, 2분기 중 진행된 정기보수 영향으로 판매량이 감소해 전 분기 대비 251억원 감소한 영업이익 994억원을 기록했다. 

윤활유 역시 중국 수요 약세 등으로 전 분기 대비 680억원 감소한 15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윤활유 사업으로만 99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과거 10%대였던 실적 비중을 점차 확대해 가는 모양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8440억원, 영업이익 734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전 분기(2318억원) 대비 68.3%가량 하락했다. 역시 정제마진 하락과 휘발유·경유 등 경질유 제품군의 시황 악화를 겪으면서 주춤했다. 이에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지난 7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15개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하반기 주요 지표 집중 점검 및 내년 경영계획을 선제적으로 대비했다.

지난 7일 정유4사 중 마지막으로 실적을 발표한 GS칼텍스는 2분기 매출 12조6424억원, 영업이익 2081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50%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흑자 전환했다.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1분기 3010억원에서 2분기 -264억원으로 줄어드는 동안, 석유화학 부문은 1분기 영업손실 13억원에서 2분기 영업이익 1091억원으로 크게 반등했으며, 윤활유 부문 역시 1분기 영업이익 1170억원에서 2분기 1253억원으로 준수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를 종합한 정유4사의 2분기 합산 매출액은 48조8563억원, 영업이익은 3963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올해 시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더 좋지 않았던 지난해 상반기보단 낫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하반기 OPEC+(석유수출국기구+러시아) 감산 지속, 이동 및 냉방 등 계절적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유가는 하단을 지지하고, 정제마진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OPEC+는 유가 보존 등을 위해 내년까지 생산량 조절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달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되면서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높아져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하다. 

통상 유가가 상승하면 정제마진도 함께 오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한 유가 상승은 수요를 위축시켜 정제마진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석유 소비 상위국가인 미국의 경기 침체·고용지표 둔화 등 부정적 요인 역시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기업 한 관계자는 “계절적 수요, 정제마진 반등 효과 등에 따라 상반기 대비 하반기 업황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중동 정세·글로벌 경기 지표 악화에 따라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바뀔 수 있어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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