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태양전지를 이용해 건물, 자동차, 모바일 기기 등의 유리에서 직접 에너지를 공급받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20일 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에너지화학공학과 서관용 교수팀은 유리처럼 무색투명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높은 효율을 지닌 태양전지 모듈을 선보였다.
태양전지의 모든 구성 요소를 후면에 배치하는 ‘후면전극형(All-back-contact)’ 디자인을 도입해 투명성을 확보한 것이다.
연구팀은 금속 와이어를 사용하지 않고 소자 간 간격을 없앤 ‘연결 부위가 보이지 않는 모듈화(Seamless modularization)’ 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로 기존 모듈화 방식에서 소자 간 간격과 불투명한 금속 와이어로 인해 투명 태양전지의 미관이 손상되는 문제를 해결했다.
개발된 16cm² 크기의 투명 태양전지 모듈은 단일 소자와 유사한 심미성을 유지하면서도 투과도 20%에서 14.7%의 높은 효율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자연 태양광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소형 모바일 기기 화면이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서관용 교수는 “투명 실리콘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해 필수적인 모듈화 연구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며 “투명 태양전지가 친환경 미래 에너지 산업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태양광 기업 및 연구진은 모듈 고도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하 한화큐셀)은 오는 2026년 하반기 탠덤 셀 양산을 목표로 지난해 충북 진천공장에 1365억원을 투자해 탠덤 셀 관련 파일럿 설비를 구축해 R&D(연구개발)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큐셀이 집중하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폴리실리콘 탠덤 셀은 폴리실리콘 전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얹은 형태로, 두 개의 태양전지가 서로 다른 파장영역대의 태양광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같은 면적에서 더 높은 밀도로 발전효율을 내는 구조다.
탠덤 셀의 이론 한계 효율은 44%로, 현재 보편화돼 있는 실리콘 단일 셀의 이론 한계 효율인 29%의 약 1.5배에 달한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4월 최대 효율이 29.9%에 달하는 탠덤 셀 개발에 성공했으며, 2030년까지 35%의 효율을 달성해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이화여대 물리학과 연구진은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암모늄 이온을 첨가하는 공정을 세계 최초로 도입,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의 형성을 통해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며,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노준홍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소자의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안해 성능 및 안정성 향상 원리를 밝혀내기도 했다.
정부는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 로드맵’을 수립해 2028년 30%, 2030년 35%의 효율을 뛰어넘는 탠덤 셀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으나 효율이 30%에 미치지 못해 한계가 있다”면서 “국내 기업과 연구진이 차세대 태양전지 R&D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관련 지원을 확대해 미래 태양광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