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전청약 단지의 사업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본청약을 앞둔 단지의 연기도 이어지며 사업 취소 단지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인천 중구 중산동 영종하늘도시에 예정된 ‘영종 A41BL 한신더휴’는 본청약을 진행하지 못하고 사업이 취소됐다. 본청약을 앞둔 단지의 취소 사례는 올해 들어 6번째다. 앞서 지난 1월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우미 린)을 시작으로 경북 제일풍경채 S-1블록,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 등 사업이 취소됐다.
올해 본청약을 앞둔 13개 단지도 본청약이 연기되며 청약 취소 우려가 나온다. 오는 9월 본청약 예정 단지였던 3기 신도시 남양주왕숙2 A1 블록(사전청약 762가구)·A3 블록(650가구)은 내년 3월로 본청약이 1년 6개월 밀렸다. 하남교산 A2 블록(1056가구) 역시 올해 9월 본청약 예정이었으나 내년 3월로 연기됐다. 11월 본청약이 공지됐던 남양주왕숙 A1·A2·A24·B1·B17 블록 또한 일정이 8∼12개월 연기됐다. 사업 취소 단지들 역시 제때 본청약을 하지 못 하다 취소된 바 있다.
시행사는 건설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위험 등으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 취소를 선택하고 있다. 분양 대금을 납부하지 못한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7월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급 계약이 해지된 공동주택 용지는 총 13개 필지, 금액은 9522억원이다. 이는 전년 상반기 해약 금액(1필지, 222억원)의 약 43배다. 지난해 연간 해약 금액(5개 필지, 3749억원)에 비교해도 2.5배에 달한다.
시행사의 일방적인 사전청약 취소에도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구제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청약이 취소된 사전 청약 당첨자들은 당첨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 당첨자 A씨는 “동의 없는 권리 취소에 대해 사전청약 지위를 지켜달라”며 “사전청약 취소됐으나 당첨자들은 당첨됐던 때와 동일한 조건으로 청약을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그는 “LH는 반환된 땅에 새로운 시행사를 구하거나 직접 사업을 주도해 당첨권 승계를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본청약 연기 등 부작용이 이어지자 지난 5월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했다. 이후 사전청약 취소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도 중복 청약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중복 청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르면 오는 9월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사전청약이 취소된 당첨자들은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민간 계약 특성상 공공기관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첨자들의 중복 청약 자격을 유지해도 다시 당첨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도 “사전청약은 결국 민간 시행사, 건설사와 개인의 계약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예정일이 연기되는 등 사전청약의 문제와 한계는 도입 초기부터 지적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LH도 지난 7월 사전청약 취소로 인해 당첨자들을 구제할 제도적인 법안이 없다고 밝혔다. LH관계자는 “당첨자들이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방안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당첨자들을 지원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