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거부‧분양 취소 소송’ 건설업계도 유동성 위기 난감 [위기의 생숙②] 

‘입주 거부‧분양 취소 소송’ 건설업계도 유동성 위기 난감 [위기의 생숙②] 

기사승인 2024-08-24 06:00:05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한 생활형숙박시설 공사 모습. 사진=조유정 기자

생활형숙박시설 대규모 입주 거부 사태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수분양자들이 입주 거부와 함께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시공사도 분양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와 한국레지던스연합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생숙 관련 집단소송이 최소 50여건, 관련 소송 인원만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 강서구 ‘마곡롯데캐슬 르웨스트’, 중구 ‘세운 푸르지오 G-팰리스’, 경기 안산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등 상당수 단지에서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입주 거부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스테이에디션)도 지난 7월1일부터 입주가 시작됐으나 입주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수분양자 등에 따르면, 총 608세대 중 5세대만이 입주했다. 입주율 0.68%인 셈이다. 

수분양자들의 소송과 입주 거부는 생숙의 ‘주거 전환’ 때문이다. 생활형숙박시설은 본래 숙박시설이나 2021년까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2021년 10월 국토교통부가 생활형숙박시설은 ‘숙박시설’로 못 박으며 주거용으로 사용시 매매가 시세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행강제금 청구를 두 차례 연기했으나 올해 연말 시행을 앞두고 수분양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가 생숙을 숙박시설로 규제한 뒤 대출한도도 크게 줄었다. 현재 1금융권은 생숙 대출 자체를 금지했다. 대출을 허용한 2금융권도 LTV(담보인정대출비율)을 70%에서 40%로 낮췄다. 주거 목적으로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은 대출에도 어려움이 생기며 분양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인 것이다.

갈등이 이어지며 공사비를 받아야 하는 시공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롯데건설도 1조원 단위에 육박하는 분양대금을 못 받을 위기에 처했다가 지구단위변경을 허가 받으며 한숨 돌렸다. 롯데건설이 시행‧시공을 맡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대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들은 이달 중 준공을 앞두고 계약자들이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분양 취소 소송을 벌이며 잔금 납부를 거부했다. 계약자들이 납부해야 할 분양대금은 약 1조3000억~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중도금 60%는 시행사와 계약자 공동 대출로 계약자의 잔금 미납부 시 시행사의 부담이 된다. 이는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공사비 청구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롯데건설은 시행사인 ‘마곡마이스PFV’의 최대 주주로 중도금 미납 시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진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위치한 부지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하며 오피스텔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피스텔 전환 시 수분양자들과 갈등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르웨스트 오피스텔 전환을 생숙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다만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과 한국레지던스연합 등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체 592개 단지, 10만 3820실 중 오피스텔로 변경된 단지는 1173실(1.1%)에 불과한 상태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차면적 확보,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르웨스트 시행사도 주차 공간 확대와 주차장 야간 개방 등 150억 원 규모의 기부채납을 하기로 결정하며 어렵게 전환을 허용 받았다.

건설업계는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며 생숙 시설의 주거용 전환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법적 규정이 미비해 시설 용도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소급적용하며 주거용으로 분양받은 사람들과 사업장에 혼란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에서 주거용 사용이 불가하다는 확약서를 받은 경우 소송 시 계약자들이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단지에서 소송이 이어질 경우 시행, 시공사도 부담”이라 밝혔다. 그는 “주차장 등 기준을 완화해 주거용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계약자들의 잔금 납부 거부, 미입주가 이뤄지며 시공사도 공사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수분양자, 시행사, 시공사 모두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시공사 입장에서는 단순 시공이라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없기에 국토부와 지자체가 원활하게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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