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한 달 넘으면 10만원?’ 이상기후 보상상품 꺼리는 보험사

‘열대야 한 달 넘으면 10만원?’ 이상기후 보상상품 꺼리는 보험사

기사승인 2024-08-25 06:00:06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 설치된 평상 위에서 시민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이상기후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 개발을 망설이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월 보험사가 해당 상품을 개발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22일 손해보험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대형 손해보험사 4곳(삼성·현대·DB·KB)은 기후 위험을 보장하는 지수형 보험 개발‧출시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지수형 보험이란 사전에 합의한 기준에 도달하기만 하면 정해진 금액이 지급되는 보험을 말한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월 발간된 보고서에서 기온이나 강수량 등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수형 보험 처리에는 서류 증빙이나 손해사정이 필요하지 않아 재난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지수형 보험을 도입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발생한 피해를 보험사가 손해사정하는 데 지나치게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 피해액이 과대 청구될 가능성도 짚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도 “지수보험 형태의 소액보험상품 개발에 나서는 등 보험사가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상기후를 예측하기 어려워 관련 상품을 설계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기상청 예보가 맞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과거 경험 데이터로 미래가 예측되지 않아 개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쓰이는 보험상품 특성상 예측 불가능성은 보험사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만들 수는 있겠지만 갈수록 기후 예상이 어려운데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수요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골프장 등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서 필요로 하겠지만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손보사 관계자도 “농업이나 어업 종사자도 날씨 영향을 크게 받을 텐데, 정부 지원 없이는 가입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만으로도 손보사 손해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경제학과)는 지난 3월 △자연재해 피해액수 △폭우 횟수 △폭설 횟수 △연평균 기온 등 이상기후가 보험사의 자산수익률과 지급여력비율에 유의한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기후 리스크가 손해보험사의 경영성과와 건전성을 장기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저소득층 등을 위한 포용금융의 측면에서는 추진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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