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쉼터요? 편의점에 스티커 붙여놓고 쉼터라고 해놓은 셈인데, (이곳이 기후동행쉼터인지) 아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씨는 손으로 연방 부채질을 해대며 말했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서울은 여전히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지난 5월부터 서울시는 일부 편의점을 지정해 시민들이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도 언제든 방문해 쉴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운영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후동행쉼터를 모르는 시민이 많았다. ‘무늬만 쉼터’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서울 내 18개 자치구 총 58곳 편의점이 ‘기후동행쉼터’로 운영되고 있다. 시는 폭염 대피시설로 복지관·관공서 등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해 왔으나 주간에만 이용할 수 있고 접근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접근성과 이용성을 늘리기 위해 지난 2월부터 편의점으로 쉼터를 확대했다. 편의점은 좌석과 테이블 등 공간 여건이 되는 곳 위주로 선정했다.
운영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후동행쉼터를 알고 있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쉼터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시는 편의점 입구에 현판을 부착해 시민들의 이용을 돕고 있지만, 작은 현판으로는 눈에 띄기 턱없이 부족했다. A씨는 “일반 편의점이라 들어가면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아 기피하게 된다”며 “주변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부 편의점은 직원조차 기후동행쉼터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는 해당 사업과 관련해 직원 교육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분위기다. 편의점은 업무 특성상 직원들이 자주 바뀌는 편이다. 서울시 측은 “편의점은 교대가 잦아 해당 사업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직원들도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본사 측에 사업 매뉴얼을 전달하고, 직원 교육 등도 진행하도록 협의했다”고 말했다.
위치 확인 방법이 번거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동행쉼터 편의점을 찾기 위해선 서울안전누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B씨는 “무더위쉼터 같은 게 있는지도 몰랐다”며 휴대전화로 쉼터 위치를 검색했다. 이어 “한눈에 위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이나 정리된 자료가 있으면 편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에는 아예 운영하는 매장이 없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한편 시는 현재 운영 중인 서울형 폭염대피시설을 더 내실 있게 운영하고 시민들이 쉽게 찾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가 운영 중인 폭염대피시설은 9개 유형 3116곳이다. 이용대상에 따라 시민 개방시설과 재난약자 보호시설로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