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구직, 중년은 퇴직 스트레스…자살사망 ‘심리부검’ 해보니

청년은 구직, 중년은 퇴직 스트레스…자살사망 ‘심리부검’ 해보니

기사승인 2024-08-27 13:53:19
쿠키뉴스 자료사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평균 4.3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다중적으로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생애주기별로 청년은 직업 스트레스, 중년은 퇴직 스트레스로 힘들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7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15~2023년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사망자의 가족 또는 지인의 진술과 고인의 기록을 검토해 자살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과 변화를 확인하면서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방법이다. 이번 분석 결과는 유족 1262명으로부터 얻은 자살사망자 1099명에 대한 심리부검 면담 자료이다.

자살사망자 평균연령 44.2세…1인가구 청년도 ‘빨간불’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이 64.7%, 여성이 35.3%였다. 평균 연령은 44.2세이며, 1인 가구는 19.2%로 나타났다. 고용 형태는 피고용인이 38.6%로 가장 많았고, 소득 수준은 월 100만 원 미만인 저소득층이 46.5%로 조사됐다.

자살사망자는 평균 4.3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다중적으로 경험했다. 생애주기별로 청년기(34세 이하)의 경우 실업자 비율과 구직으로 인한 직업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높았다. 장년기(35~49세)는 직업과 경제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가장 높았고, 세부적으로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 문제, 사업 부진 및 실패, 부채 등이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중년기(50~64세)는 실업자 비율이 청년기 다음으로 높았다. 퇴직·은퇴·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았으며 정신건강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높았다. 노년기(65세 이상)는 대인관계 단절 비율이 높았으며, 만성질병으로 인한 신체건강 스트레스, 우울장애 추정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올해에는 1인 가구의 자살 사망 특성을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청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43.8%로, 다인 가구 청년기 비율(28.0%)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자택 내 사망 비율이 69.0%로 다인 가구(53.2%)에 비해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인 가구가 가족(52.1%)에 의한 최초 발견이 높았던 것과 달리, 1인 가구는 가족(25.6%), 경찰 및 소방(25.1%), 지인(24.6%)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또한 1인 가구의 비정규직 비율(43.7%)은 다인 가구(29.7%)보다 높았다. 지속적 빈곤으로 인한 스트레스 비율(15.3%)이 다인 가구(8.7%)보다 높아, 1인 가구의 상당수는 고용 불안정과 낮은 소득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96.6%가 위험신호 보냈지만…알아차린 건 23.8% 뿐

자살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으나 이를 주변에서 인지한 비율은 23.8%에 불과했다. 

경고신호를 드러낸 시기를 분석한 결과, 사망 1개월 이내의 경우 감정상태 변화(19.1%)와 주변 정리(14.0%) 순으로 나타났다. 사망 1년 이상 전부터 높은 비율로 나타난 경고신호는 수면상태 변화(26.2%)와 자살에 대한 언급(24.1%) 순으로 조사됐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올해 7월부터 의무화된 자살예방교육에 자살위험 경고신호를 파악하는 방법이 포함돼 있다”라며 “자살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이 보내는 경고신호에 대한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족 56.3% “자살 떠올렸다”…주변에 자살사망 숨기기도

자살사망은 유족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98.9%는 사별 후 심리·행동(97.6%), 대인관계(62.9%), 신체건강(56.5%), 가족관계(52.2%) 등의 변화를 경험했다. 

정신건강 문제도 겪었다. 특히 자살을 떠올리는 ‘자살 사고’를 경험한 유족은 56.3%에 달했다. 심한 우울(20.0%), 임상적 불면증(33.1%), 복합비탄(37.8%)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유족의 72.7%는 고인의 자살사망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는데, 그 이유로는 상대방이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와 자살에 대한 부정적 편견 등이 있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심리부검 면담 결과보고서는 경고신호, 주요 스트레스 요인들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라며 “이번 1인 가구 분석과 같은 심리부검 면담 자료를 활용한 심층적인 분석과 연구가 활성화되고 연구 결과가 자살예방 사업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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