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린벨트 해제카드 꺼낸 오세훈, 지역 균형발전도 하자고? [취재진담]

서울 그린벨트 해제카드 꺼낸 오세훈, 지역 균형발전도 하자고?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4-08-28 06:00:06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부산 동서대 센텀 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정치학회 주관 ‘서울-부산시 특별대담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수도권·영남권·호남권·충청권 4개 지역을 선정, “4개 강소국 프로젝트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미국, 싱가포르, 아일랜드, 두바이 등을 예로 들며 국가를 구성하는 각 지역이 재량껏 전략을 펼칠 때 경제적으로 더 부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국을 4개 초광역권으로 재편하고 각 도시가 지역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해 한국 사회를 퀀텀 점프시켜야 한다는 구상이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상황에서 두 시장이 수도권 집중 문제에 공감하고 지방분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하지만, 또 허울뿐인 구호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실제 지방 인구 감소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로 미어터질 지경이지만 지역은 일할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아기 울음소리가 멈춘 지 오래된 곳도 많다. 지역은 빠른 속도로 늙고 있지만, 이 순간도 지역의 청년들은 교육,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토 균형발전을 외친다. 하지만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인 서울’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용어로 자리 잡는 동안 기업과 자본, 인재는 서울로 몰리고, 지역은 상대적으로 퇴락의 길로 접어들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부동산 격차 확대, 교육 불평등 확대, 청년층의 과도한 수도권 등이 뒤따랐습니다.”

사회학자 출신인 박 시장의 이날 발언은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다. 박 시장은 새로운 국가경영 모델로, 함께 살고 함께 나아간다는 의미의 ‘공진국가’를 제시했다. 수도권과 지역이 경쟁 관계 속에서 서로의 진화를 촉진해야 균형발전이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지방 거점을 성장시켜 지역 경쟁력을 살리자는 오 시장의 주장과 결이 비슷하다. 

다만 최근 서울시의 행보는 국토 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9일 서울 그린벨트 해제 결단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이다. 정부가 지난 8일 내년까지 서울 그린벨트 해제 등 총 8만가구 규모의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마련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오 시장은 ‘주택공급 확대’ 관련 브리핑에서 “훼손된 그린벨트를 활용해 청년, 신혼부부 등 미래 세대를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공사비 급등 등의 이유로 분양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주택 수요가 몰린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무섭게 뛰자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다. 서울시장으로서 도시를 개발하고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는 건 당연한 역할이겠지만, 국토 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실제 그린벨트 후보지로 예상되는 지역의 부동산은 들썩이고 있다. 올해 7월 이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격은 역대 최고가의 90%로 턱 끝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벨트 해제가 서울 과밀화만 부추겨 지역과의 균형발전에 저해가 될 것이란 시민사회의 비판도 이어진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개발과 전국적인 균형 개발이라는 두 정책은 경제적·사회적 국가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정책의 간격이 커질수록 지방소멸 시계만 빨라질 수 있다. 수도권 주택 건설에 투자하는 정책, 말뿐인 균형발전이 아닌 장기적으로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할 때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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