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 CFD 카드 ‘만지작’…금투세 도입에 효과 줄어드나

증권사, 해외 CFD 카드 ‘만지작’…금투세 도입에 효과 줄어드나

해외 CFD 명목 잔고 ‘2077억’ 연초 대비 65% 급증
‘절세 혜택’ 노리는 고액자산가 전문투자자 고객 니즈 적합
금투세 도입 시 ‘절세 메리트’ 떨어져

기사승인 2024-09-01 06:00:04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추가로 오픈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기존 미국주식에 한정됐던 서비스를 일본, 홍콩 등 국가로 늘리거나,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포함하는 모습이다. 다만 예정대로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될 경우 절세 혜택 감소로 사업 확대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증거금을 포함한 해외 CFD 명목 잔고는 2077억2261만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1259억2851만원에서 65% 급증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고공행진함에 따라 CFD 잔고도 함께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해외 매도포지션 CFD 잔고도 연초 28억원에서 1342억8984만원으로 치솟았다. 주가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는 CFD 특성에 글로벌 증시 폭락 사태가 발생했던 이달 들어 급격히 성장했다.

CFD는 전문투자자 전용 서비스로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진입·청산 가격의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증거금 제도를 통해 최대 2.5배의 레버리지 투자효과가 가능하다. 아울러 매수(Long)와 매도(Short) 양방향 투자가 가능해 주가 하락 시에도 전략적인 운용을 할 수 있다. 단, 국내주식 CFD의 경우 금융위원회 공매도 금지조치에 따라 2025년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매도포지션이 제한된다.

해외 CFD 잔고가 급증함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관련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19일 일본주식 CFD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6월 이후 중단했던 홍콩주식 CFD 서비스도 재개했다. 유안타증권에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고객은 국내주식뿐만 아니라 미국(NYSE, NASDAQ, AMEX), 홍콩(HKEX), 일본(TSE) 시장에 상장된 종목까지 CFD로 거래할 수 있다. 유안타증권은 이용고객의 투자 지원을 위해 해외주식 CFD 온라인 매매수수료를 0.15%에서 0.10%로 인하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7월11일 해외 CFD 거래종목을 확대했다. 기존 거래 가능 종목에서 해외에 상장된 채권형,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며 금리 하락 시 가격 상승 잠재력을 가진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 채권 시장에 투자하는 ‘Vanguard Total Bond Market ETF’, 투자등급 기업 채권에 투자하는 안정적인 상품인 'iShares iBoxx $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ETF’ 등 총 358개 종목으로 확인됐다.

CFD는 지난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유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침체기를 맞이한 바 있다. 사태 발생 이후 금융당국 전문투자자 요건 강화와 증권사의 종목별 증거금률 최대 100%로 상향, 레버리지 사용 불가 등 관리 재고에 힘쓰고 있다. 특히 당시 문제가 됐던 국내 주식 CFD와 달리 해외 주식 CFD는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실무부서 관계자는 “지난번 하한가 사태에 포함된 종목들은 거래가 적고, 시총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해외 주식 CFD가 가능한 종목들은 시총 자체가 높고 거래도 많이 진행되는 것들 위주로 해 통상적으로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면서 “또 미국 같은 경우 관련한 규제를 강력히 적용하는 만큼, 일반적인 상황에서 국내 CFD 사태 같은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해외 CFD 거래, 금투세 도입 시 ‘절세 혜택’ 떨어진다

증권사들이 해외 CFD 서비스를 확대하는 목적은 수익원 창출과 절세 혜택을 노리는 투자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CFD 서비스를 영위하는 것은 증권사 입장에서 수익원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고액자산가에 대해서는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해당 고객 확보 측면도 유효하다”고 했다.

CFD는 투자자가 주식을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한 차액만 정산하도록 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해외주식 CFD는 절세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직접 투자할 때 매매차익에 22%의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만 해외주식 CFD는 절반 수준인 11%만 과세된다. 배당과 이자와 같은 금융수익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최대 49.5%가 부과되는 금융소득종합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금투세는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연간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양도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27.5%(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로 과세한다. 도입 예정 시기는 내년 1월이다.

예정대로 금투세가 시행되면 절세 혜택을 노리고 해외 CFD를 선택한 투자자들의 니즈는 급격히 줄어든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외 CFD는 파생상품 세율을 따라가서 11%가 적용된다. 금투세 도입을 가정하면 모든 금융상품으로의 소득이 다 금투세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CFD만 국한해서 보면 11%에서 최대 27.5%로 변경된다. 다만 모든 금융투자소득을 전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상품으로 확장해서 본다면 달라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해외 CFD로 3억원을 벌었는데, 코스피 200 선물 투자로 손실을 본다면, 합산으로 손실과 이익이 줄어드는 것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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