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대국민 호소…“추석 기점 응급실 닫는 병원 늘 것”

의료계, 대국민 호소…“추석 기점 응급실 닫는 병원 늘 것”

“무리한 정책 멈추고 의료제도 개선 논의해야”

기사승인 2024-09-02 13:36:11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의료공백에 따른 응급실 파행 운영이 잇따르는 가운데 의료계가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진료가 안 되는 질환이 증가하고 응급실을 닫는 병원이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일 “응급실이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발표와 다르게 이미 많은 응급실은 정상 진료를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의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이 14개, 흉부대동맥수술이 불가능한 곳은 16개, 영유아 장폐색시술이 제한되는 곳 24개, 영유아 내시경을 운영하지 못하는 곳이 46개다. 건국대 충주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강원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은 응급실을 일부 닫았거나 닫을 계획이다.

전의비는 “이 상황이 비상진료체계가 잘 돌아가는 상황인가.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 건강과 생명이 지켜지고 있는 상황인가”라며 “정치권은 의료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도 이날 ‘의료 정상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추진을 멈추고 의료계와 의료제도 개선을 논의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 달라고 국민을 향해 호소했다. 

임 회장은 “7개월째 이 문제로 불편을 끼쳐드려 환자들과 가족들, 사태를 염려하시는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막을 수 있도록 14만 의사들의 힘을 모아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임 회장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지 엿새째인 지난달 31일 건강 악화로 인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의협에 따르면 폭염 속에서 극심한 탈수 증상과 어지러움을 겪었고 당뇨병,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과 부정맥 증상이 악화됐다.

임 회장은 “2025년 의대 정원 증원이 정부 계획대로 되면 3000여명 가르치던 의대들은 아무 준비 없이 올해 휴학한 학생들까지 약 7700명을 가르쳐야 해 의대 교육의 파탄을 피할 수 없다”면서 “당장 내년에 의사 3000명과 전문의 3000명이 배출되지 않아 엄청난 혼란이 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을 좌우할 장기적인 문제를 졸속으로 의료대란을 일으키면서 허겁지겁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차분히 논의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멈추고 국민을 위한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의료계와 논의하라고 정부에 요구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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