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노조가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의 경영권 매각에 강한 반발을 표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KCGI자산운용이 행동주의 지향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만큼, 한양증권 이름으로 ‘앵커투자자(Anchor Investor)’가 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파킹딜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의 철저한 검증 절차를 요구했다.
2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양증권지부는 이날 오전 여의도 소재 한양증권 본사 앞에서 KCGI자산운용 매각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서 한양증권의 최대주주인 학교법인 한양학원은 지난달 19일 보유한 보통주 지분 16.29% 가운데 11.29%에 해당하는 143만7590주와 의결권 없는 우선주 지분 14.56%(7만6435주)를 매각하기로 했다.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과 한양대병원이 각각 부동산 프로젝트펀드(PF) 부실 파동과 전공의 파업 여파로 어려움을 겪자, 유동성 공급을 위해 공식적으로 한양증권 매각을 추진한 것이다.
이후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CGI자산운용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한양학원이 내놓은 보통주 11.29%와 특수관계인인 백남관광 10.85%, 에이치비디씨 7.45%를 포함한 지분 29.6%(보통주 376만6973주)다. KCGI자산운용은 주당 6만5000원으로 인수대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지분인수 총액은 2448억원에 달한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KCGI자산운용은 일명 강성부 펀드라고 얘기되고 있다. 요즘 행동주의펀드가 보여주는 특색은 많은 배당과 주식 소각,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려 주식 가격을 제고해 재매각하는 단기 투기성 형태다”라며 “이런 부분들은 감안했을 때 이 행동주의펀드가 한양증권 조합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높은 가격에 재매각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이번 한양증권 매각 과정을 살펴보면, KCGI자산운용이 지분29.6%를 2448억원이라는 가격으로 인수하겠다고 한다. 지난 금요일 기준 한양증권 주가는 1만5000원대로 시가총액은 약 2000억원”이라며 “2000억의 29.6%는 600억원이다. 이 가치를 지닌 대주주 지분을 4배가 넘는 가격으로 인수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양증권이 보유한 자기자본 5000억원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그 절반인 2448억원을 내서라도 단행하는 셈이다”라며 “인수를 성공하게 된다면 5000억원의 한양증권 자본을 가지고 기업 사냥의 판돈으로 쓸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딜이 잘못돼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모두 한양증권의 주주와 노동자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금융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모펀드로의 매각은 절대 불가하다고 꼬집었다. 인수한 한양증권을 숙주삼아 본인들의 이득만 창출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 참석한 대형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한양증권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후순위채 발행에 이용하기 위함이 가장 크다”며 “예를 들어 A에 투자한다고 했을 경우 선순위는 자기들이 들어가고 후순위에 한양증권을 넣는다. 후순위는 사업이 어긋날 경우 아무런 돈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바로 앵커 투자라고 한다. 앵커 투자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그 딜이 성사 여부의 기본적인 요건이 되는 것”이라며 “KCGI자산운용이 앵커 투자, 즉 숙주가 필요한 것이다. 투자할 때 후순위로 들어갈 수 있는 회사를 한양증권 이름으로 들어가서 부도가 나더라도 본인들은 선순위를 다 빼먹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킹딜’ 의혹, 인수 무산 사례 있어…“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건”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CGI자산운용은 지난달 2일부터 최대 6주간 매수인에 대한 독점적 협상권을 부여받았다. 현재 한양증권은 KCGI자산운용과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금융감독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양수도계약이 체결될 경우,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아 최대주주 변경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파킹딜’ 의혹이 문제로 남아있다. 이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파킹딜은 기업 경영권을 처분하는 것처럼 위장한 뒤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매입하는 계약을 말한다. 인수 측과 매각 측이 우선협상권과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등을 설정해 거래 구조를 짜는 일종의 이면 계약으로 설명된다. 이번 한양증권 매각은 최대주주인 한양증권이 지분 4.99%,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이 4.05%를 매각하지 않고 보유해 이같은 의혹에 불을 붙였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파킹딜 의혹에 쌓여 있는 게 현실이다”라며 “대주주인 한양학원과 이사장이 5%룰(대량보유 보고의무)에 걸리지 않게 유지하기 위해서 합산 9%대 지분을 남겨놓은 이유 등을 생각했을 때 파킹딜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짚었다.
파킹딜 논란으로 대주주 적격성을 통과하지 못한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5년 일본계 사모펀드 운용사 오릭스PE는 현대증권 인수를 추진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3차례 지연되면서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 등에서 오릭스PE에 2000억원을 출자해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을 가지게 되면서 파킹딜 논란이 불거졌다.
투자업계는 파킹딜 의혹이 한양증권 매각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례도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 심사할 때 주의 깊게 보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서 파킹딜 논란이 일고 있고,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내용들이 없다고 한다면 최종적으로 승인이 불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조는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오는 10월이면 국정감사 기간이 찾아온다. 사무금융노조는 국회 정무위를 통해 금융당국이 제대로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고 있는지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