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의 직 상실로 공석이 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보 교육계가 본격적인 단일화 작업을 시작했다. 선거가 45일이 채 남지 않아 보수·진보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가 교육감 선거 결과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월16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서 교육감 1곳과 기초단체장 4곳을 확정했다. 후보자 등록기간은 오는 9월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이며, 선거운동은 다음 달 3일부터 가능하다.
교육계 곳곳에선 출마 선언과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날 보수 시민단체로 구성된 바른교육국민연합(바교연)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단일 후보는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100% 여론조사를 통해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중순까지 단일화 참여 희망자를 접수하고 여론조사 전 후보간 토론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까지 단일화 참여 신청은 없었다.
김명회 바교연 상임의장(명지대 석좌교수)은 “자유우파 진영 교육감 후보 난립을 막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바른교육감 후보를 단일화하기 위해 100여개 학부모·시민단체가 손을 잡았다”며 “단일 후보 추대를 위한 여론조사 전, 경선 참여 후보들의 공약 토론회를 개최해 후보 간 교육공약을 비교하고 후보 역량을 유권자에게 알릴 기회를 가지겠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은 출마를 확정한 상태다.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과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 등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진영은 그동안 단일화에 실패해 조 전 교육감에게 내리 3번을 패할 만큼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력이 거세다. 박선영·조전혁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선거 때 각각 23.4%, 23.1%의 득표율을 얻은 바 있다. 두 사람의 득표율을 합하면 조 교육감(38.1%)을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국 보수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조 전 교육감에 패배했다.
진보 진영은 지난달 30일 단일화 기구인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오는 4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기로 했다. 추진위는 4일 오후 6시까지 단일화 후보 접수를 받고 5일 기자회견, 6일 후보들과 경선 규칙을 정할 계획이다. 이후 7~18일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추대한다.
진보 진영 후보로 강신만 서울교육청 혁신미래교육추진위원장은 이날 오전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했다. 강 위원장은 “조 교육감이 추진한 혁신교육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계승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 전 조 전 교육감과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바 있다.
강 위원장은 “조 교육감 당선 이후 교육청 학교개혁 준비위원장 등을 맡아 혁신교육의 방향과 구체적 정책 개발을 위해 교육감과 함께 노력해왔다”며 “현재의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준비된 후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곽노현 전 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위원장, 김재홍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안승문 전 울산교육연수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다음 달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는 교육감의 임기는 1년8개월에 불과하다. 서울시교육감은 90만명에 달하는 서울 지역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자리지만, 시·도지사 선거에 비해 유권자 관심도가 떨어져 깜깜이 선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