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걸으며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자치구도 산림과 공원에 맨발 산책로를 앞다퉈 조성하는 추세다. 곳곳에 우후죽순 맨발 산책로가 생기고 있지만,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미끄러짐이나 곰팡이균 감염 등 안전사고 우려가 나온다. 이에 서울시는 시민 안전을 위한 통합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내 23개 자치구에 102개소 맨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총 24.5㎞다. 맨발 걷기 지원 조례도 속속 제정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시스템을 보면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 가운데 68.7%인 167곳에서 맨발 걷기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개 자치구가 맨발 걷기 지원 조례를 운영 중이다. 서울시의회도 지난해 7월 ‘서울특별시 맨발 걷기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전날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안산 황톳길에는 더운 날씨에도 수십 명의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었다. 맨발 산책로를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A씨는 “아스팔트만 밟고 사니까 폭신폭신한 황톳길을 밟을 기회가 없었다”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맨발 걷기를 하니까 기분이 좋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라며 칭찬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발의 상처나 감염 등을 우려했다. B씨는 “맨발 산책을 자주 즐기는 편이지만, 뾰족한 나뭇가지에 찔리거나 무좀균 등에 감염될까 봐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청에서 매일 관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견의 배변 오염이나 무좀 등 피부병 질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이날 황톳길에 반려동물을 동반한 시민을 볼 수 있었다.
인위적인 맨발 산책로 조성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B씨는 “멀쩡한 자연 흙길에 황토나 마사토를 채워 넣는 공사를 하는 것 아니냐”며 “산림자원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민 반대 운동까지 벌어졌다. 최근 서대문구는 8억5000만원 예산을 투입해 백련산에 맨발 산책길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 200여명은 ‘백련산 맨발길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서울 내 102개소 맨발 산책로가 있지만, 현재까지 산책로 관리 및 시민 안전 관련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았다. 자치구별 자체 가이드라인조차 없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서소문2청사에서 ‘맨발 산책로 조성 관리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시는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각 자치구와 공유할 계획이다. 서울시 측은 “내용을 계속 수정‧보완 중”이라며 “올해 안으로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