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산업특별법 서두르는 정부...글로벌 기조 균형감 ‘숙제’

원전산업특별법 서두르는 정부...글로벌 기조 균형감 ‘숙제’

- 연내 ‘2050 중장기 원전산업 로드맵’ 수립 목표
- 체코 원전 수주 이후 원전 지원책 마련 속도
- 국제사회 공감, 수출 리스크 대응 등 해결과제도

기사승인 2024-09-09 06:00:07
전남 영광군 소재 한빛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체코 원전 수주의 흐름을 이어 이달 중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속도감 있는 추진과 동시에 실효성을 얻기 위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주도하에 원전 생태계 복원과 수출지원을 골자로 하는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을 이달 내 정기국회에 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긴 어려우나 관련 내용을 최종 다듬는 단계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법에는 원전을 산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본계획, 종합 지원을 위한 심의위원회 설치, R&D(연구개발)·인력 양성 지원, SMR(소형모듈원전) 지원, 수출활성화 등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특별법과 함께 연내 발표를 목표로 추진 중인 ‘2050 중장기 원전산업 로드맵’ 수립을 통해 원전산업을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법정기본계획으로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성된 관련 TF(태스크포스)는 지난달 29일 세 번째 회의를 마친 상태다.

지난 7월 약 2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체코 원전 수주 이후 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말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원전 생태계 복원, 수출지원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여당 중심의 추진으로 야당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자칫 ‘반쪽 법안’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 측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반대보다는 정부의 원전 중심 정책 추진이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글로벌 기조에 따라 재생에너지 역시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균형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여러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된 특별법은 만약 제정된다 하더라도 정권 변화 등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증가세, 장기간 소요되는 원전 공사기간 등 원전 자체의 한계점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국내 원전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결국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토마쉬 포야르 체코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하고 있다. 양국은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계기로 원전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NE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가 소비한 전력 중 태양광·풍력 발전이 13.9%를 차지했으며, 수력 발전이 14.7%, 원자력 발전이 9.4%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신규 배치된 전력 발전원의 91%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제하에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양분해서 볼 수는 없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원전 대비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규모가 더 큰 것은 사실”이라며 “당장 2025년, 2030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기후목표 대비 원전의 공사기간이 10년 이상 소요되는 점도 보완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한국의 CFE(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에 지지를 표명한 IEA(국제에너지기구)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해선 2030년까지 대규모 이산화탄소 감축이 필요한데, 당장 오늘부터 원전을 짓더라도 2030년까지는 완공이 어렵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원전 수리 및 수명 연장, SMR 건설 등 다양한 방침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원전 수출 활성화 측면에서도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 등 선결과제가 존재한다. 

최근 체코 반독점 당국은 우리나라가 수주한 체코 원전 사업과 관련해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검토하는 데 착수했다. 원전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이 자사 원천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1978년 한국의 고리1호기 원전 건설 당시 기술을 전수한 기업이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 핵심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지재권을 이유로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과 2022년 폴란드 원전 건설 협력 추진 과정 등에서도 소송 및 진정을 접수하며 딴지를 걸어왔다. 

당시 소송은 대부분 각하·중재됐고 양측이 협의를 도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정부는 이번 사례에서도 원활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원전 수출을 활성화하려는 가운데 이러한 문제가 향후 지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시기와 비교하면 최근 원전업계의 성장세가 뚜렷하며, 원전을 통한 발전량도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력 양성 및 유입을 확대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법안과 함께 마련돼야 하고, 국내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들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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