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채권 꼼수매각 적발…“운용사, 저축은행 확인 받아”

PF 부실채권 꼼수매각 적발…“운용사, 저축은행 확인 받아”

기사승인 2024-09-09 16:19:34
금융감독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채권을 자신이 투자한 펀드에 높은 가격으로 떠넘긴 저축은행이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이 방식으로 당기순이익을 높이고 연체율을 낮췄다고 밝혔다. 펀드를 운용한 자산운용사는 저축은행의 확인을 받아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9일 ‘저축은행 및 자산운용사에 대한 수시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저축은행은 지난 6월과 8월 B자산운용사의 1, 2차 펀드에 각각 908억원과 585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펀드 설정금액의 42.4%, 28.5%를 차지하는 금액이었다. 계열사 투자금을 포함하면 펀드 설정금액의 90.9%, 49.5%가 A저축은행 계열에서 나왔다.

B자산운용사의 1,2차 펀드는 이후 A저축은행의 부실 PF 대출채권을 각각 955억원, 646억원에 매입했다. 1차 펀드는 A저축은행의 부실 PF 대출채권에 11.7% 할인율을, 2차 펀드는 9.7% 할인율을 매겼다. 낮은 할인율에 대출채권을 넘긴 A저축은행은 각각 매각이익 64억원, 65억원을 남겼다. 총 129억원이 부당하게 당기순이익으로 인식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연체율도 2.6%p 하락했다.

금감원은 선순위 외부투자자를 제외하면 저축은행별 펀드투자비율이 PF대출채권 매각비율과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A저축은행 투자금은 외부 투자금을 제외한 1, 2차 펀드 설정금액 가운데 46.7%, 33.3%를 차지하는데 이 비율은 1,2차 펀드에 매각된 A저축은행 부실채권 비율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B자산운용사가 A저축은행의 확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B자산운용사는 펀드에 투자한 저축은행의 개별 확인을 받아 투자대상으로 PF 대출채권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PF 대출채권에 관해 별도 실사절차도 거치지 않고 채권을 고가에 매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대 4년 전인 대출 취급 시점에 이뤄진 감정평가 금액으로 산정한 외부평가 결과를 그대로 적용해 매입했다.

금감원은 A저축은행과 B자산운용사가 투자자와 이면계약을 맺고 투자자로부터 일상적인 명령이나 지시, 요청을 받아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OEM 펀드를 설정했다고 보고 있다. OEM 펀드는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금감원은 A저축은행이 부당하게 일으킨 매각이익에 관해서는 손상차손을 인식하도록 지도하고, 매각자산을 장부에 다시 계상하는 등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에서 일어났던 착시효과를 제거할 계획이다. B자산운용사의 OEM 펀드 운용 등 위법‧부당 행위에 관해서는 관련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PF 사업장을 매도한 펀드에 저축은행이 출자자로 들어가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투자자이자 매도자가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운용사에 지시를 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PF 대출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편법적 금융질서 위반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