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 놓고 “장애라는 생각은 허상” vs “상업적 이해관계가 예방 막아” [쿠키현장]

게임이용 놓고 “장애라는 생각은 허상” vs “상업적 이해관계가 예방 막아” [쿠키현장]

12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 공청회
“질병코드 등재 통해 대비책 마련 가능”
“이용장애 자체 근거 불분명…오남용 우려”

기사승인 2024-09-12 16:54:00
12일 서울 여의도동 FKI타워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가 열렸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채리 기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에 대해 찬‧반 의견을 가진 이들이 한데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12일 서울 여의도동 FKI타워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임광현, 서영석, 전진숙 의원이 주최했다. 정부 발표와 전문가 발표, 자유 토론이 이뤄졌다.

등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는 장시간, 반복적인 게임 이용으로 생겨나는 문제가 분명하며, 중독에 따른 예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상규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양한 연구에서 게임이용장애 행동중독 모델을 지지하는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다”며 “질병코드를 수용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함으로써 대비책을 마련하고, 관련한 문제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체계를 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의견이 두드러진다”며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회적 합의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은 일반적 상품은 아니라고 본다. 약간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게임을 이용하는 이들이 보호를 받고 도움 받을 수 있는 균형 잡힌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이야기했다.

12일 서울 여의도동 FKI타워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가 열렸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채리 기자

반면, 게임이용에 몰두하는 걸 중독‧장애라는 질병으로 분류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왔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도박중독과 게임중독이 동급으로 취급되고 있다. 나타나는 양상이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도박에 비견될 정도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즐거움을 추구하는 현상의 단면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임이용장애가 사회적‧의학적으로 오남용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조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가설 수준의 명제”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게임이용 그 자체보다 게임욕구, 게임리터러시, 자기효능감, 주의집중력,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이 게임행동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로 명확한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영민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게임이용장애 실재 여부에 대한 논쟁이 많다”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등재됐을 때, 청소년 등 이용자에 대한 낙인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UN 경제사회 이사회, WHO도 국제 통계분류는 권고 사항임을 명시했다”며 “충분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장도 “다양한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도 “도입과는 별개로 게임이용 과다로 일상적인 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강 의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등재 여부는 우리 미래와 관련 있다”며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이 한데 모여 주장과 근거를 들어보고 서로 이해하며 합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꾸준히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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