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 연휴 기간 청취한 ‘추석 민심’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민생 회복을 위해 정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국민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열린 본회의에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상정이 예고된 가운데 여야는 ‘아전인수’격 추석 민심 해석을 내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추석 민심에 대해 “추석 명절 동안 가족들과 희망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얘기 듣기가 어려웠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암담한 상황이다. 국민의 원망하는 마음이 분출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추석 민심은 폭발 직전의 활화산 같았다. 그리고 활화산 같은 분노는 하나같이 대통령 부부를 향하고 있었다”며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은 최순실보다 더 한 국정농단이라는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민생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비상 대책이 ‘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앞서 추석 연휴 직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두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실제로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는 야당 단독으로 해당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생을 강조하는 동시에 민생 입법을 위해서는 정쟁을 멈춰야 한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 민심은 냉담했다. 정치권 전체에 대해 과연 정치가 할 일을 하고 있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많은 국민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며 “결국은 민생이다. 더 민심을 듣고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민심은 오로지 민생이었다. 이는 여야가 국민을 바라보면서 민생을 살피라는 뜻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김건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을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정쟁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는 정쟁보다 민생을 위해 일하라는 추석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야당 주도로 ‘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이 통과하며, 다시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였다며 ‘본회의 보이콧’에 나섰다. 이들은 본회의 직전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을 향해 “헌법 무시, 입법 폭거 중단하라”며 “결국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처리되는 쟁점 법안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국회의) 재표결 후 폐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즉각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들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께 이날 통과한 법안에 대해 재의 요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앞서 법안 처리에 있어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방침을 내놓은 만큼,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두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유력해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두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가정하고 구체적인 재의결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본회의 직전 “(두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이 오는 24일 행사되면 26일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거부권이) 24일이나 30일 이후 의결되면 10월 7일 국정감사 이전에 재의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이 대통령 거부권으로 폐기된 경우 수정 발의해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추석 이후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18일 거부권 정국과 관련해 “대통령 거부권이 계속된다고 해서 (민주당은) 무기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 대해 조급하지도 않으면서 민주당만의 원칙으로 압박을 강화해 다양하고 변화된 공격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