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등록 코앞인데…교육감 선거에 ‘교육’ 없이 정쟁 계속

후보 등록 코앞인데…교육감 선거에 ‘교육’ 없이 정쟁 계속

기사승인 2024-09-21 06:00:03
지하철 승강장에 붙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홍보물. 연합뉴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일인 26~27일을 약 일주일 앞두고 진영별로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단독 출마를 선언한 후보도 속속 등장하면서 단일화 셈법이 복잡해졌다. 여기에 교육감의 정치 중립 의무가 무색하게 정치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교육감 선거에 정작 교육정책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보수 진영은 23일, 진보 진영은 25일 단일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보수 진영은 ‘서울시교육감중도우파후보단일화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에서 20~22일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진보 진영 단일화 기구인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 추진위원회’(추진위)는 21일 1차 시민 선거인단 투표로 후보 4명을 추리고 2차 여론조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통대위 단일화에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가 단일화 경선에 참여한다. 출마를 선언했던 선종복 전 서울시북부교육장은 이날 출마 포기를 선언하고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추진위 단일화에는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 5명이 참여한 상태다.

단일화 기구에 속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는 외부 인사 출마 선언도 잇따르며 변수가 커지는 모양새다. 

진보 측 인사로 분류되는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은 이날 추진위 참여를 철회, 단독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추진위는 자신들이 사전 준비한 기획안을 그대로 강행했다”며 “이미 정해 놓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거공학적 행위라는 합리적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전 이화여대 교수도 이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소설 ‘범도’를 쓴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역시 최근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에 앞서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의원도 단독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외벽에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교육감 후보가 난립하는데 정작 각 후보가 어떤 교육정책을 제시했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더해 교육감 선거판이 정책 공약 경쟁이 아닌 정치 공방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선거에 재도전하면서 공약으로 ‘탄핵’을 꺼내 들었다. 조전혁 전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지난 10여년간 서울 교육은 조희연 교육감으로 대표되는 좌파 세력에 의해 황폐화됐다.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근식 명예교수는 지난 15일 SNS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홍보물로 만들어 게시해 논란이 일었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씨는 “논란이 된 사람이 교육감 후보로 나온다는 게 말이 되나”며 “후보로 나온다는 사람이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무슨 교육정책을 가지고 나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모씨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정치하는 교육감은 안 된다”며 “정치 성향이 또렷이 보이는 후보들이 있는데, 이런 식이면 교육감 직선제가 무슨 의미인가”라고 꼬집었다. 

진보 진영 후보였던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지난 19일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정치가 압도하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교육을 논의할 여지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입 경쟁 때문에 고통스러운 아이들, 사교육비에 노후를 저당 잡힌 학부모, 학교에 부여된 커다란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지 못하는 교사의 고통은 선거 의제가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이달 26∼27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친 후 다음 달 11∼12일 사전투표가 진행되며, 16일 본투표가 이뤄진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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