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과 유예로 격돌했다. 이소영 의원 등 ‘유예팀’은 박스권인 우리 증시를 부양한 다음 제도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논리를 펼쳤다. 김영환 의원 등 ‘시행팀’는 제도로 인해 자금이 이탈하지 않고 오히려 시장 왜곡과 불공정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디베이트)가 열렸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이다. 주권이나 지분을 양도할 때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와 달리 금투세는 국내주식에 한해 공제액(연 5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과세하지 않는다. 예정대로면 지난해 시행돼야 했는데, 개인투자자 반발에 부딪혀 오는 2025년 1월 1일로 시행이 2년 연기됐다.
김현정 의원은 이날 기조발언으로 국내 증시상황 상 ‘시기상조’라며 금투세 유예를 강조했다.
김 의원은 “2020년에 금투세 도입에 여야가 합의하고 지난해 2월 유예할 당시 조건은 증시 상황 개선과 투자자 보호제도 마련”이라며 “지난 4년간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고점을 회복했는데 우리 증시만 유독 고점의 3분의 1도 회복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혔다”고 발언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올초 밸류업 정책을 발표했지만 세제 혜택만 제시할 뿐 투자자 보호와 제도정비는 외면했다. 현재 증시는 2년 전 유예 당시보다 악화했고 투자자보호 제도 정비는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금투세 도입 시 미국 시장으로의 투자자 이탈이 빨라질 수 있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도입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이보다 먼저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부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대 진영에선 김영환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의원은 “금투세는 투자활동에 일관된 세율을 적용해 조세 중립성을 확보하고 자본시장 확립성과 형평성을 제고하며, 국제 기준에 다가서는 세재 개편”이라며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와 조세 리뉴얼이 목적이지 증세 목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거래정보가 국세청에 들어가서 차명계좌, 위탁계좌, 부정거래 방지효과가 있고, ‘큰손’들이 떠난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소액투자자도 변화가 없다”라며 “끊임없는 토론으로 여야합의로 통과된 개혁과제가 좌초될까봐 우려된다. 당 강령에 맞게, 민주당 정체성에 맞게 조세정의도 실현하자”고 강조했다.
각 팀 기조발언에 대한 반론도 이어졌다.
도입 유예를 주장하는 이소영 의원은 “조세정의만큼 주식시장을 낫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시행 측은 제도를 도입해도 주가 하락이 전혀 없고 선진세제 도입으로 나아질 거라고 말하는데,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우려에 대해서 괴담, 공포라고 단정하는 건 국민의힘이 보이는 태도라고 생각 한다”고 지적했다.
금투세 도입 후 증시가 상승했다며 시행 측이 제시한 국가별 사례에 관해서도 “100년 전 대공황이 오기 전 미국사례를 현재에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 일본은 증시 호황기로 가던 도중에 양도세를 도입했다”며 “인도는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증시를 50% 이상 부양한 다음 과세 대상을 넓혔다”고 반박했다.
시행팀 김성환 의원은 “한국 증시는 저평가 된 게 맞다”며 “한국 주식시장이 불투명하고 일반 주주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거래세를 소득세로 바꾸지 않으면 주가 작전세력이 증시에서 활개치고 불투명성 높이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금투세와 자본시장 선진화는 선후가 아니라 동시에 해결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유예팀 이연희 의원은 “주식은 수익성을 좇는 자본”이라며 “소득세를 20~25% 메기면 수익성 약화로 미국으로 자금이 이탈되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주가조작 문제는 금투세 찬반과 무관하다”며 “소득세로 주가조작 까지 막을 수 있는 건 논리 비약이 있다”고 지적했다.